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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401호 VIP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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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치도치상 Aug 12. 2024

응가송은 누구를 위해 울리나

육아는 고단해요

엄마는 요즘 토요일마다 학교를 가요. 대학원이라는 곳에서 공부를 한대요. 콩콩이가 어린이집에서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놀이도 하고, 점심도 먹고, 응가도 하고, 잠도 자고 하는 데, 비슷한 곳인가 봐요.


아빠는 엄마를 학교로 보내고 콩콩이와 놀아주고 있었어요. 콩콩이는 낑낑거리기 시작했어요. 간식을 먹을 시간이었던 건데 아빠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어요. 늘 엄마가 옆에서 시간을 체크하다가 엄마가 없으니 아빠는 허둥지둥거렸어요.


아빠는 콩콩이가 좋아하는 블루베리와 바나나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었어요. 저울로 30g을 맞춰야 해서 블루베리 8개와 약 5mm 두께 바나나 6조각을 준비를 했답니다. 아빠는 이제 우유만 데우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빠는 그릇에 데워둔 물을 붓고 우유를 젖병에 담아 중탕을 시작했어요.


“아.”

아빠의 짧은 탄식이 거실을 가로질렀어요. 중탕 그릇에서 젖병을 꺼내려는 순간 아빠는 젖병을 놓쳐버린 거예요. 우유는 식탁 위로 흘러가더니 의자에 걸쳐져 있던 엄마 재킷을 적시고 바닥으로 하염없이 흐르기 시작했어요.


“아.”

아빠는 한숨을 쉬었어요. 콩콩이는 배가 고파 칭얼대기 시작했어요. 우유는 식탁과 바닥에 쏟았지, 엄마 재킷에는 우유가 잔뜩 묻었거든요. 아빠는 칭얼대는 콩콩이를 달래주려고 까꿍놀이를 시작했어요. 배가 고픈 콩콩이는 더 짜증내기 시작했어요.


아빠는 지금 까꿍놀이를 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어요. 아빠는 낱개 포장 우유를 뒷베란다에서 다시 가져왔어요. 우유를 다시 중탕했고요. 그동안 식탁과 바닥에 흥건한 우유를 수건으로 닦았어요. 수건 빨 것들이 있었거든요. 우유로 적셔진 수건을 세탁기에 넣고 빨래를 돌려두고요. 중탕 온도를 체크했어요. 마침 온도가 적절해서 콩콩이를 아기의자에 앉혀 우유를 입에 물렸어요. 칭얼거렸던 콩콩이는 조용해졌어요. 아빠는 그동안 엄마 재킷에 묻은 우유를 닦아내고는 화장실 세면대로 가져가 손빨래를 시작했어요. 세제를 풀어 물에 담가 두고는 다시 나와서 콩콩이 앞에 앉았어요.


“아.”

아빠는 한 숨을 한 번 더 쉬었어요. 아. 아빠는 콩콩이에게 썰어둔 30g의 과일을 먹이기 시작했어요. 콩콩이는 남김없이 과일을 해치웠고요.


갑자기 아빠 배가 아파왔어요. 불행은 늘 불행 속에서 꽃을 피운다더니 지금이 딱 그래요. 화장실로 달려가려던 찰나 콩콩이는 아빠 바지끄덩이를 붙잡았어요. 아빠는 콩콩이에게 소곤소곤 말을 했어요. 아빠가 화장실을 다녀와서 콩콩이와 놀아주겠다고요. 콩콩이는 들은척만척했어요. 금세 울음이 터질 것 같은 콩콩이가 눈에 밟혔지만 아빠는 어쩔 수 없었어요.


아빠는 화장실로 달려가 문을 열고는 바지를 내리고 일을 보기 시작했어요. 콩콩이는 짜증이 났는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기 시작했어요. 콩콩이를 어떻게든 달래주려고 튤립송에서 배워둔 ‘응가송’을 아빠는 큰 소리로 부르기 시작했어요. 화장실에서 어쨌든 거실까지 들려야 소용이 있는 거니까요.

 “바지 쑥, 팬티 쑥, 응가하자 끙끙, 응가하자 낑낑.”


아빠는 노래를 부르면서 글썽였어요. 너무 웃겨서 눈물이 고였어요. 응가송은 과연 누구를 위한 노랜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어요. 콩콩이는 아빠가 자기와 놀아주지 않는다고 낑낑거렸고, 아빠는 일을 보려고 끙끙거렸어요. 거기다 노래까지 부르며 콩콩이를 어르고 달래야 하니 환장할 노릇이었어요. 응가송을 다섯 번인지 여섯 번인지 부르는 동안 아빠는 일을 끝마칠 수 있었어요.


아빠는 손을 깨끗이 씻고 칭얼거리는 콩콩이를 어르고 달래주었어요. 아빠는 콩콩이와 놀아주다가 아까 욕조에 담가둔 엄마 재킷이 생각났어요.


아빠는 콩콩이에게 엄마 재킷만 다 빨고 놀아주겠다 했어요. 그러나 콩콩이는 칭얼거렸어요. 눈을 들어 시계를 보니 아뿔싸! 콩콩이가 낮잠을 잘 시간이었던 거예요. 아빠는 쭉쭉이를 콩콩이에게 주었어요. 콩콩이는 먹이를 낚아채는 독수리처럼 쭉쭉이를 물었답니다. 아빠는 허리에 힙시트를 두르고 콩콩이를 안았어요.


콩콩이는 졸음이 쏟아졌는지 아빠 가슴팍에 머리를 딱 붙였어요. 아빠는 콩콩이 침대를 향해 조금씩 조금씩 이동했어요. 그동안 아빠는 “섬집 아기”를 한 다섯 번 정도 불렀고요.


아빠는 번아웃이 있는 사람들을 상담해 준대요. 아빠는 그분들에게 늘 충분한 수면, 휴식, 규칙적인 식생활과 적절한 운동을 권고한대요. 그래야 소진된 몸을 다시 활력 있는 상태로 되돌릴 수 있대요.


아빠는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아빠는 충분한 수면도 휴식도, 적절한 운동도 못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곧 번아웃이 올 거라고 예측했어요. 그리고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처럼 아빠는 제 머리도 못 깎고 있다는 생각에 미쳤대요.


그러나 어쩌겠어요. 매일의 수레바퀴는 계속해서 굴러가겠죠. 콩콩이와 놀아주다가 번뜩 간식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 것이고, 아빠가 간식을 준비하러 간 사이 콩콩이는 칭얼거릴 것이며, 아빠는 간식을 준비하다 간식을 쏟든지 아니면 콩콩이가 먹다가 흘리든지 하겠죠. 중간에 아빠는 화장실에 볼 일을 보러 갈 것이며, 아빠는 변기 위에 앉아서 칭얼대는 콩콩이를 위해서 응가송을 열심히 부르겠죠. 고단해진 콩콩이는 졸리다고 칭얼거릴 터이며, 볼 일을 보고 나온 아빠는 콩콩이를 안아 낮잠을 재우는 수레바퀴가 끊임없이 돌아가겠죠.


잠든 콩콩이를 보면서 아빠는 하루의 고단함이 언제 끝날까라고 생각했지만 아마 그때는 지금 시절이 더 그리울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새근새근 잠든 콩콩이를 보면서 아빠는 미소가 지어졌어요. 머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삭신이 쑤시지만 그래도 콩콩이 덕분에 사는 것 같다는 클리쉐에 생각이 닿았거든요. 콩콩이가 웃어줄 때는 아빠는 세상 모든 걸 다 가진 부자들도 부럽지 않거든요. 아빠는 남겨둔  설거지를 하러 부엌으로 향했답니다. 해맑게 웃는 콩콩이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아빠 미소를 하고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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