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쌀쌀해진 날씨에 코끝과 뺨이 빨간 미정이는 고 3 여고생이지만 수능을 마친 마음만은 이미 대학생이다. 수능이 끝났다는 일탈감에 어제는 친구들과 귀를 뚫었고 오늘은 아르바이트를 해보기로 했다. 집과는 거리가 먼 이대 앞으로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다 찾은 곳이 독립극장의 매표소다.
이대 앞의 화려하고 요란스러운 옷가게, 음식점과는 달리 조용한 골목에 위치한 건물 계단을 올라가 2층의 창문 달린 방이 내가 있을 곳이다.
"딸깍"
할아버지 사장님이 나가자마자 문을 잠그고 돌아본 방은 가전제품부터 다리 뻗고 쉴 곳까지 있는 꽤 넓은 방이었다.
"째깍째깍"
혼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들리는 시계 소리가 점점 커진다. 아직도 5시간이 남았네.
"한 장이요."
어쩌다 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혼자 오는 사람이었고 발소리가 들릴 때면 혹시나 잠긴 문이 덜컹 거리며 열리는 건 아니겠지 문고리를 확인하게 된다.
'쿵쿵쿵쿵'
왜 이리 걱정되고 무섭기만 했던지 아직 고등학생인 미정이는 과연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ps. 고3 수능 끝난 주말에 했던 독립극장 매표소 아르바이트는 무서움을 이기지 못해 하루 만에 끝났다. 당일 정산으로 받아 온 5만 원을 엄마에게 내밀던 순간이 기억이 난다. 지금은 5만 원을 내고 가고 싶을 만큼 나만의 공간에서 쉴 수 있는 꿀보직이었는데... 쌓여있는 책들을 들고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