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리 Mar 18. 2024

동상이몽

20240318


"왜 우리 집은 아빠만 일해?"

"엄마는 수빈이 임신하고 직장 그만둬서 아빠만 일하지. 엄마가 직장 다녔으면 좋겠어?"

"응."

"대신 엄마도 아빠처럼 엄청 바빠져서 수빈이랑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겠지"

"나 봐야 되니까 조금만 일한다고 하면 안 돼?"

오늘따라 일하는 엄마 타령을 하는 수빈이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이 크면 집에서 돌봐주는 엄마보다 돈 버는 엄마가 더 좋다고 하더니 수빈이도 그런 건가 싶어서 마음이 씁쓸해지네요.

퇴사를 고민하던 때 지인의 이야기가 떠올라요.

'언니, 퇴사하면 아이한테 한우 사주고 싶은데 수입 소고기 사줘야 한데. 마트 고기 코너 앞에서 속상해하지 말고 그냥 계속 일해.'

하필이면 소고기, 그것도 두툼한 소고기를 좋아하는 수빈이라 지인의 말이 가끔 떠올랐지만, 직장을 다녔어도 일주일에 2번씩 한우 스테이크를 사줄 수 없었을 거라 자기 합리화를 했어요.

언젠가는 이야기할 줄 알았지만 초등학교 들어가자마자 엄마한테 일하러 가라고 할 줄은 몰랐어요.

한참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는데 수빈이가 목을 끌어안으며 이야기해요.

"엄마~ 일하러 가면 나도 핸드폰 사줄 거잖아."


ps. 임신 후 바로 육아휴직을 시작하고 2년 후, 복직을 하지 않았다. 다들 말렸지만 신랑의 지지가 있었기에 큰 결심을 하고 퇴사를 했다. 지금도 후회하지 않고 제일 잘한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며 산다.

가끔 한우 이야기는 떠오른다. 어제 늦은 시간 마트 갔다가 한우 30% 행사로 2팩을 집어왔다. 이렇게 사서 먹이면 되지 뭐!

그리고 엄마가 일하면 핸드폰 사준다고 누가 그러니? 꿈도 꾸지 말거라~


이전 20화 나무야 함께 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