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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리 Apr 02. 2024

너에게 닿는 겨울

20240402

여름에 태어나 겨울 한가운데에 멈춰 선 너.

그날 이후로 나의 열차는 겨울을 지나가지 못하고 있다. 달리고 달려 도착해도 설국인 그곳에 내가 있다. 너와 본 영화에서처럼 검은 코트에 빨간 목도리를 하고 하늘을 보며 "오겡끼데스까. 와따시와 겡끼데스"를 외칠 용기도 없다. 괜찮지 않아서. 아니, 괜찮아서.

괜찮지 않은데 괜찮게 살아간다. 그렇게 남아서 네 빈자리  내 자리에 앉아있다. 설국열차인 줄 알았던 열차가 속도를 내며 봄을 시작으로 계절을 달려 다시 겨울에 다가간다.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하늘도 보고, 햇살도 느끼고, 숨도 크게 쉬며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언제부턴가 열차를 잠시 멈추고 내려 꽃향기도 맡고, 바다에 뛰어들고, 낙엽 밟기도 하며 계절을 즐기며 살아간다. 열차 안에서 매 순간 떠올리던 너를 이젠 간간히 드러내고 다시 겨울로 달려간다. 그렇게 다다른 겨울 역시 지나가지만 지나가지 못하고 돌아온다. 이렇게 달리다 보면 어느 겨울에는 너에게 닿겠지.


잘 지내니?
보고 싶다.
그 겨울이 빨리 오면 좋겠다가도 아직은 오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미안해.


#한달매일쓰기의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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