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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이 나에게 주는 특별한 의미

사랑, 위로, 응원 그 모든 것

by JJia


갑작스러운 응급실행으로 암 전이 진단을 받고 방사선 치료까지 쉴 새 없이 검사와 치료를 하다가 첫 번째 방사선 치료를 받고 병원 근처의 숙소에서 지냈던 그날 밤이 생각난다. 끝도 없는 절망감이라기보다 그냥 이 시간이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멍하니 창 밖을 보다가, 내 느낌이었는지 모르지만 마치 나를 위로해 주는 듯했던 그날의 밤하늘.

매일 밤 잠들 때 내 방 창가 너머로 보이는 밤하늘을 보면서 잠이 드는데, 문득 힘들거나 우울할 때마다 나는 하늘을 멍하게 보게 되는구나 싶었다. 원래도 밤하늘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제는 마음이 힘든 순간에 밤하늘을 보게 된다.


10년 전 너와 같이 올려다봤던 밤하늘. 너와 같이 봤을 때는 그런 생각이 안 들었는데 이제는 밤하늘을 바라보면 뭔가 공허하고 슬퍼진다. 왜 그럴까. 그때는 그렇게 좋아하던 너를 나만 짝사랑한다는 게 너무 힘들었지만 너와 같이 보는 밤하늘이라서 그 이유만으로도 좋았는데, 이제는 다른 이유로 힘들고 슬픈 생각에 밤하늘을 올려다보게 된다.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힌 것 같다. 이제야 우리 엄마 아빠한테도 효도할 거라고, 그래도 내 밥벌이하면서 미혼이어도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었던 내 나름대로의 인생의 계획이 있었는데 그걸 망쳐버리는 암 진단을 받았던 그 순간. 나는 그 순간 앞에서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었다. 너무 믿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그냥 ‘에이, 나한테 왜 그런 말을 해’라고 생각하며 아마도 난 회피를 했나 보다. 아마도 그래서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 아직까지도, 내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다.


하지만 오히려 암 진단을 받고 나서는 한동안 바쁘게 돌아가는 검사와 치료 스케줄에 정신이 없어서 아무 생각이 안 나다가, 점점 몸 컨디션이 처음보다 괜찮아지니까 더 심적으로 힘든 때가 많아지는 것 같다. 생각을 할 시간이 많아지니까 부정적인 생각, 불필요한 생각들만 드는 것 같아서 그것이 나를 정말 힘들게 한다.

“밤하늘”은 나에게는 특별한 의미이다. 내가 정말 좋아했던 사람과 같이 바라보던 그 밤하늘도 아직까지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그 사람에게 내가 암 진단을 받았다는 말을 끝내 하지 못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그 사람과 같이 봤던 그날의 밤하늘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절망적인 생각들이 유난히 짙어지고 있는 요즘에도, 잠이 들기 전까지 창밖으로 보이는 밤하늘은 추억과 위로를 동시에 내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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