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돈이면 해 먹는 게 낫겠다
요리를 시작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던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음식 재료의 원가 세상이었다. 20대엔 가게 선택 기준이 가격이 아닌 '가게의 분위기와 맛있어 보이는지'여부였다. 물론 너무 비싼 음식은 제외가 되었지만, 카페 1만 원, 식사도 한 끼당 2~3만 원 내외라면 '괜찮네' 선으로 여기곤 했다.
그런데 요리를 하면서 재료를 내가 직접 사다 보니 이 음식이 이 정도 가격이면 만드는구나 가 체감되기 시작했다. 첫 번째 대표요리는 바로 바지락 칼국수였다. 우리 집은 바지락 칼국수에 냉동 바지락, 홍당무, 애호박, 대파, 칼국수면의 재료를 사용한다. 물론 액젓 및 다진 마늘 등의 부수적인 양념 재료가 더 들어가긴 하지만, 굵직한 재료들의 가격만 대략 따져본다면 7천 원 내외였다. 바지락 면 4~5천 원, 애호박 1천 원, 홍당무 300~500원, 대파 300~500원, 냉동 바지락(1kg를 사서 소분하여 먹는다.) 대략 1천 원이었다. 그 이야기를 하자 남편은 이렇게 대꾸했다.
"와 이만큼을 식당에서 사 먹으려면 3만 원은 줘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나도 점점 집에서 해 먹을 수 있는 요리의 원가와, 바깥 가격을 따져보기 시작했다. 두 번째 요리는 샤부샤부였다. 샤부샤부는 바깥에서 먹으려면 1인 당 최소 2만 원에서 3만 원정도는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집에서 해먹을 때는 1kg 2만 원 대의 소고기, 알 배추 2천 원, 버섯 1천 원, 청경채 2천 원. 토털 3만 원 안팎의 재료로 둘이서 남길 정도로 배불리 먹었다. 최소 절반 이상의 돈이 절약된 셈이었다.
최근 화제가 된 부모님 여행 10 계명이 있다. 굳이 힘들여 부모님 모시고 해외여행 갔는데, 자식들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기에 금지된 부모님들의 말이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아직 멀었냐', '음식이 달다 혹은 짜다'와 같은 불평이야기이다. 그리고 내 눈에 무엇보다 공감된 이 말이 있다.
"이 돈이면 해 먹는 게 낫겠다"
나도 그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효도 차원에서 부모님을 비싼 곳에 데려갈 때, 엄마가 "집에서 먹어도 되는데~"하며 이야기하는 것이 당연히 달갑지 않았다. 나도 좋은 곳에 부모님을 모시고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남편과 데이트를 하며 지나가는, 혹은 들어가는 가게에서 내가 그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와 집에서 해 먹으면 1만 원도 안 할거 같은데! 스키야키 2인 분 4만 8천 원 적혀있어! 와아~" "요즘은 2인 분 시키면 기본이 3만 원은 나오네!"
이렇게 나도 점점 아줌마가 되어갔던 것이다. 최근엔 남편이 놀라워하며 공유한 고등어 물가도 있었다. 한 간 고등어 맛집의 후기였다. 1인당 13,000원 간고등어 후기라고 적혀있었고, 사진엔 고등어 한 마리와 반찬 한상차림이 있었다. 고등어 1마리에 13,000원이면 여행지인 거 감안해서 그래도 적당한 거 같은데 하는 마음으로 클릭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건 2인분의 상차림이었다. 즉 1인당은 반 마리였고, 그 블로거는 2인 분을 시킨 후 고등어 한 마리의 상차림을 받았던 것이다. 제목은 1인당 기준으로 적어 13,000원이었던 것이다. 남편과 나는 1인 당 '반마리'의 고등어 개념이 나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너무 박하다며 이야기를 나눴다. 아무리 맛집이라고 해도 우린 가지 못할 거 같다며 말이다.
우린 집에서 냉동 고등어 6마리에 15,000원 필렛을 시켜 3번이나 구워 먹는다. 한 번에 한 사람 당 한 마리씩 말이다. 물론 장인의 간고등어는 그 맛이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올라가는 물가에 장인의 고등어를 맛보기 힘든 사람들이 되어갔다.
얼마 전 아는 동료 선생님과의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다. 서로 집밥을 해 먹는지에 대한 대화였다. 나는 거기에서 집밥을 해 먹다 보니, 요리 과정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근거로 얼마 전 한 고깃집 사장이 나와서 양심 고백한 인터뷰 예시를 들었다. 그 고깃집 사장은 고깃집에서 상추나 깻잎을 먹지 말라며 이야기했다. 그 이유는 너무 바빠 실제로 씻지 못하고 그냥 분무기로 씻은 척 물만 뿌려놓는다는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를 동료 선생님에게 하자, 선생님은 "어머~ 깐깐한 주부네요~"하셨다.
그렇다. 깐깐한 아줌마가 되어가고 있다. 적어도 내가 자발적으로 원한 것은 아니었다. 나도 항상 어여쁘게 살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