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을 대하는 서로 다른 부부의 방식
MBTI 유행에 이은 최근 테토녀와 테토남, 에겐녀와 에겐남이 유행하고 있다. 테토는 남성호르몬을 뜻하는 테스토스테론을 의미한다. 에겐은 여성호르몬을 뜻하는 에스트로겐을 의미한다. 즉 테토가 붙은 것은 좀 더 남성적인 여성 혹은 남성을 의미한다. 에겐이 붙으면 좀 더 여성적인 여성 혹은 남성을 의미한다.
테스트 결과 나는 에겐녀, 남편은 테토남이 나왔다. 그리하여 우리 부부도 최근 어떠한 상황에 대해 '역시 테토남!', 남편은 내게 '에겐녀!'하며 몇몇 행동을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MBTI도 그렇지만, 한쪽 성향으로 100% 치우쳐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하여 테토남인 남편에게서도 에겐남스러운 부분을, 에겐녀인 나에게서도 테토녀스러운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건 바로 '과일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것이었다.
우선 나는 대부분의 과일을 '통'으로 먹는 것을 좋아한다. 이를 테면 사과가 있다. 사과를 세척 후 껍질 째 먹는 사람이 있고, 껍질을 깎아 접시에 담아먹는 사람이 있지 않는가? 나의 선호도는 전자 쪽이다. 나도 사과를 깎아먹을 때가 있긴 하지만, 사과를 통으로 베어물 때의 그 아삭함은 나를 매료시킨다. 그리하여 껍질 째 먹을 때에 비로소 사과를 먹는구나 하는 느낌이 난다. 하여 통으로 먹는 편이다.
사과 외에 다른 과일인 참외를 먹을 때도 그렇다. 참외는 물론 껍질을 까고 먹지만, 나는 참외를 자르지 않고 그냥 껍질만 제거 후 '통'으로 먹는 것을 선호한다.
그런데 과일을 대하는 자세에 있어서는 남편은 나와 정반대다. 처음 몇 번은 나의 취향에 따라 남편에게도 '통' 과일을 권유해 봤다. 그러나 남편은 '통'으로 먹기를 거부했다. 오히려 최대한 잘게 잘라주는 것을 좋아한다.
참외 하나로 비교한다면, 나는 껍질 제거 이후 통으로 먹는 반면, 남편은 참외 하나도 총 10등분은 내줘야 좋아한다. 모든 과일에서 그렇다. 수박도 나는 껍질을 들고 먹는 것을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왔지만, 남편은 껍질이 모두 손질된 수박을 포크로 찍어먹는 것을 선호한다. 그리하여 수박 자르기도 이제는 껍질을 다 손질하여 락앤락 통에 보관하는 편이다. 요즘엔 나도 이 편이 보관에 용이한 듯하여 수용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서로 과일을 먹을 때만 테토녀, 에겐남이라 칭하며 놀리며 먹는다. 서로 방식이 조금 다르면 어떠한가. 다름을 수용하고 함께 과일을 맛있게만 먹으면 그만 아닌가.
과일 먹기 외에 모든 부분이 마찬가지다. 서로 받아들이면 그만이지만, 그걸로 논쟁을 시작하면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