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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강 김철기 Oct 16. 2021

행복 대차대조표

추상적인 행복을 구체적으로 계산하는 방법 소개

 제가 불치병으로 알려진 파킨슨병을 확진받은 후에 오히려 이전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전기를 마련해 준 동력이 바로 제 마음의 근력 즉 ‘회복탄력성’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회복탄력성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흔들림 없이 의미 있는 삶을 살아오는 데 큰 힘을 가져다준 나름대로의 메커니즘이 있는데요, 이 것이  바로 다음에 설명드릴 ‘행복 대차대조표’입니다. 이 행복 대차대조표는 아직까지는 저만 알고 있는 비법이지만 누구에게나 적용이 손쉬운 방법이므로 이번 기회에 소개드리고 여러분과 함께 일상생활 속에서 활용해 보고자 합니다.


          행복 대차대조표의 원리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제 지병을 확인해 주신 의사 선생님께 앞으로 매일매일 세배 더 열심히 행복하게 살아가겠노라고 다짐을 한 후 돌아와 “어떻게 하면 세배씩 더 행복해질까?” 실체도 없는 행복이라는 개념과 한참을 씨름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제가 나름대로 고안해 낸 것이 바로  ‘행복 대차대조표’입니다. 일종의 행복해지는 메커니즘인데요, 제 경우에는 이 방법이 완벽하게 작동했기에 이를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행복 대차대조표는 기본적인 회계 상식만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차대조표는 회계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표로 왼편에 자산항목을 모아 두고 오른편에는 부채와 자기 자본 (순자산) 항목을 모아 두어 양편의 합계가 서로 같도록 해서 균형이 맞도록 해 양편의 합계가 맞지 않는 경우 쉽게 잘못된 것을 알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표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100을 차입했다면 오른편 부채 항목으로 차입금 100을 적어 놓고 왼편 자산 항목에는 현금자산이 100이 생긴 걸로 해서 양편에 각각 거래 내용을 기장함과 동시에 양편의 합산 금액이 같아지도록 만듭니다.


  첫 번째, 빈 종이 위에 대차대조표를 그려놓고 왼편에는 제가 행복하다고 느낀 것들 즉 만족한 사항들을 그 크기에 따라 적어 봅니다.

두 번째, 반대로 불행하다고 느낀 것들 즉 불만사항들은 오른편에 적어놓습니다.


이 과정에서 행복한 감정의 내용과 크기를 질감 있게 파악할 수  있게 고 불행한 항목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세 번째, 오른편에 적힌 불행 (부채) 항목 가운데 왼편 행복 (자산) 항목으로 옮길 수 있는 항목을 발견해 내서 실제로 옮겨 봅니다.



이때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낀 항목이 진정으로 불행한 것인지 확인해 보는데요, 이때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서 이것과 비교해서도 여전히 불행한지를 판단해 봅니다. 많은 경우 본인이 불행이라고 느끼는 항목이 실제로는 감당해낼 수 있는, 오히려 이만하기가  다행이다! 라고 생각을 바꿔 먹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제 경우 오른쪽의 부채 항목들 중 가장 큰 항목은 당연히 제 지병인 파킨슨병이었죠. 이 항목을 놓고 전 이렇게 상상했답니다. 의사 선생님이 제게 “암에 걸려서 앞으로 6개월밖에 살 수 없다”라고 말씀하시는 장면을 생생하게 떠 올려 봤습니다. 그 순간 제가 이 파킨슨병으로 고생 좀 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대박에 가까운 행운이라는 느낌이 확 오더군요.

네 번째, 위의 재평가 과정을 통해 부채 항목들을 자산항목으로 이전합니다.


제 경우 위에서 대박의 행운이라고 재평가한 파킨슨 병이라는 불행(부채) 항목을 오히려 감사한 마음으로 왼쪽의 행복(자산) 항목 쪽으로 옮겼답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마음먹기 여하에 따라서 이뤄지는 소위  '일체유심조' (만사가 마음먹기에 달렸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어떤 사안을 재평가할 때 사안의 행불행 방향이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로 현재 본인이 처해진 여건을 하나씩 재평가하도록 합니다. 그렇게 하면 전체를 두리뭉실하게 판단할 경우에 비해 훨씬 더 쉽게 긍정적인 항목들을 발견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파킨슨병이라는 큰 항목을 자산 항목으로 옮겨 놓고 나니 마찬가지의 재평가 과정을 거쳐 나머지 소소한 항목들을 자산항목으로 옮겨 놓는 일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저의 행복 대차대조표는 이내 모든 부채 항목이 0으로 바뀌었고 전체 항목이 자산으로 바뀌었습니다.

이후 저는 스스로를 “불행 불감증” 환자로 자처하며 살아오고 있습니다.   이 불행 불감증이란 말은 이전에는 아무도 쓴 적이 없었으므로 제 신조어에 해당합니다.


우리는 흔히 가까이 주위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을 발견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행복 불감증' 환자들을 주위에서 많이 봅니다.


 그런데 그들이 제가 위에서 설명드린 비교적 간단한 방법 내지 원리를 배워서 활용한다면 많은 분들이 큰 혜택을 받을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좋은 방법을 혼자서 알고 있기엔 너무 아까워서 소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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