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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강 김철기 Oct 19. 2021

파킨슨병을 안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법

파킨슨병을 극복할 운동요법 소개

이 글은 십여 년간 파킨슨병 환자로서 살아온 제 체험담을 적은 것인데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올려드립니다.

과연 파킨슨병 환자가 정상인처럼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저의 답은 "No!"입니다.

그만큼 파킨슨병은 개개인의 증세 조합이 다양하며 시간이 갈수록 진전되는, 참으로 고통스럽고 힘든 병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파킨슨병을 안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것은 가능하다고 저는 믿습니다. 막연한 희망적 믿음이 아니라 제가 환자로서 살아온 지난 십여 년간 고민하고, 체험하고, 실제로 이뤄낸 몇 가지 사례를 갖고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제게 가능했던 일이라면 여러분께서도 가능하시리라 믿기에 글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파킨슨병이 맞습니다!"

11년 전 대학병원 파킨슨센터에서 학과장님이 특수 뇌 촬영을 한 후 제게 불치병을 확진해 주는 순간 저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활짝 웃으며 답했습니다. “확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앞으로 저는 매일매일을 세배씩 더 행복하게 살아가겠습니다.”


저는  2년이 넘게 원인도 병명도 모른 채 왼편 손발과 몸의 절반이 굳어져 이틀이 멀다 하고 물리치료, 침과 온갖 민간요법으로 힘들게 버텨왔던지라 저는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확진 판정을 받은 순간에 긴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이었습니다. 따라서 오히려 병명을 알게 되자 마음을 가다듬고 "까짓 거" 하고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여하튼 분명한 것은 그날 그 순간 이후 제 삶이 크게 반전되어 긍정적인 삶으로 통째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곧바로 병 극복을 위한 프로젝트를 힘차게 시작했습니다.  먼저 마음의 근력을 키워서 불행을 딛고 행복해지기. 다음은 체력 회복을 위한 매일 아침저녁 수영 시작. 마지막으로 일상 업무와 인간관계를 더 열심히 해 나가기. 이른바 마음과 몸과 인간관계면에서 동시에 에너지를 풀가동해  삶에 있어서 행복을 찾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 첫 번째로 제가 처해진 여건을 정확히 파악하고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아무래도 남들보다는 힘들게 살아가야 할 것이고 남들만큼 오래 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라는 점을 가감 없이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저는 파킨슨병을 얻은 반면 '불행 불감증'에 걸려 불행과는 담을 쌓고 지금껏 살아오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지병 극복을 위해 꾸준히 해온 운동요법을 소개드리겠습니다.

수영하기의 여러 장점들

제가 파킨슨병을 확진받은 뒤 곧바로 체력 회복을 위해 수영을 시작했습니다. 당시에 제가 살던 마닐라에 아파트 단지 내에 훌륭한 수영장이 있어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수영해서 4년 후인 2014년에 귀국할 때까지 줄잡아 무려 2,000km를 넘게 했습니다. 귀국해서도 매일 수영을 계속했는데요, 수영만큼 좋은 운동도 찾기 힘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수영은 관절에 큰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온몸의 근육을 사용하는 유산소 운동이며 호흡을 깊게 해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입니다. 근력이 약한 환우들께 적당한 수영은 물 위에 떠서 천천히 스트로크와 발차기를 할 수 있는 영법이 적당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왜냐하면 급격한 체력 소모를 예방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수영에 앞서 ‘잎새뜨기’를 연습하시면 하체가 뜬 상태에서 수영을 천천히 할 수 있어 매우 도움이 됩니다. 저는 지병이 진행되어 일반 풀에서는 수영이 곤란해지면서 주로 어린이 풀에서 주로 운동을 해왔는데요, 어린이 풀에서는 레인이 없어 일반 풀보다 자유롭게 수영과 잎새뜨기, 그리고 물에서 걷기 등등 여러 가지 체력 회복 운동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가 설립한 한국안전수영협회가 개발 보급해오고 있는 '잎새뜨기'는 익사 방지 효과뿐만 아니라 호흡과 운동 효과도 크므로 추천합니다.

잎새뜨기를 시범 보이는 필자
걷기 운동의 중요성

​그러다가 1년 전부터 추가한 운동이 '걷기 운동'입니다. 대부분의 파킨슨병 환우들께서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걷기일 것입니다. 저 역시 시시각각 발목이 굳어져 걷기가 힘들어 외출 시 지하철 환승구간을 피하려고 이리저리 궁리하던 때였습니다. 아내의 권유 덕분에 '제대로 걷기'에 집중해서 함께 등산과 매일 공원 걷기를 생활화해 오면서 지금까지 매일 평균 10,000 보이상 걷고 있습니다.


 걸음 걷기는 익히 아시다시피 장점이 많은 운동인데요, 그 첫 번째가 걸으면서 생각을 하고 정리할 수 있고, 둘째, 동반한 아내와 대화를 나누면서 교감할 수 있고, 셋째, 건강해지고, 넷째, 생활의 활동범위가 현저하게 늘어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에는 동네에 운동하러 가거나 상점 등에 볼일을 보러 갈 때에도 아내가 저를 위해 운전을 해 주었으나 요즘은 무조건 걸어서 다니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학병원 재활센터에 몇 달간 걷기 훈련을 받고 나서 그 효과를 크게 봤습니다.

재활센터에서 배운 중요한 사항들

환우들은 일반인들처럼 양발을 동시에 사용하는(앞발로 당기고 뒷발로 미는) 동작이 어려워 종종걸음을 걷게 되므로 걸음이 엉켜서 자칫 보행 동결과 낙상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이를 예방하는 방법은 한쪽 발에 체중이동을 충분히 한 후에 체중으로부터 자유로와진 다른 발을 옮기도록 해야 합니다. 이때 발목이 굳는 환우들께서는 자유로운 쪽의 무릎을 굽혔다가 펴면서 보폭을 5-10 센티미터 넓히고 뒤꿈치부터 착지하면 일반 걸음걸이에 비해 속도면에서 크게 손해보지 않으면서 발끝이 땅에 걸려 넘어지는 낙상사고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걸음을 시작하면서 마음속으로 천천히 “왼발, 오른발, 하나, 둘, 셋...” 하며 구령을 붙이면 걸음이 엉키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발목을 예각으로 꺾어주는 간단한 발목 경사대 스트레칭 기구를 사용해보니 효과가 있어 권장합니다.

명상수련의 필요성

저처럼 병이 진행된 환우의 경우에는 우울증 극복을 위해 명상수련을 통한 마음 가다듬기와 자긍심 회복훈련도 함께 할 필요가 있는 듯합니다. 저는 코로나 사태가 불러온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켜 단 수련센터에서 축기 수련, 절 수련과 명상수련을 집중적으로 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단센터에서 하는 수련의 효과는 놀랄 만한 것이어서 체력 강화는 물론 머리가 맑아지며 자신감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상 저의 지병 극복을 위한 운동들과 수련에 대한 체험담을 마칩니다. 아무쪼록 저와 비슷한 처지에서 고생하시는 분들께 이 글이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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