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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강 김철기 Oct 19. 2021

불치병이 선사한 '불행 불감증'

파킨슨병에 대한 정신적 승리 방법

"예, 파킨슨병이 맞습니다! "


​약 11년 전 서울대병원 파킨슨병 센터에서 학과장님이 PET CT라는 특수 뇌 촬영을 한 후 제게 불치병을 확진해 주는 순간 저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활짝 웃으며 답했습니다. "확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앞으로 저는 매일매일을 세 배씩 더 행복하게 살아가겠습니다."


​저는 2년이 넘게 무엇 때문인지 병명도 모른 채 왼편 손발과 몸의 절반이 굳어져 이틀이 멀다 하고 물리치료, 침과 온갖 민간요법으로 힘들게 버텨왔던지라 저는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불치병인 파킨슨병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순간에 긴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오히려 병명을 알게 되자 마음을 가다듬고 "까짓 거!"하고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 하지만 확진을 받는 그 자리에서 제가 앞으로 오히려 매일매일 세배씩 더 행복하게 살아가겠노라고 다짐을 한 점은 여러분께서도 쉽게 이해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는 제가 믿고 있던 '회복 탄력성'발로이라고 믿습니다.


여하튼 분명한 것은 그날 그 순간 이후 제 삶이 크게 반전되어 긍정적인 삶으로 통째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당시 저는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던 중 미국 UPENN에서 유학을 마친 후 마닐라에 소재한 국제기구 ADB로 옮겨 가서 15년이 넘게 일해 왔었습니다. 한국서 병 확진을 받고 난 후 돌아간 직후 저의 병명을 직장과 페이스북 등에 알렸고 불치병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숨김없이 보여 주고 오히려 '행복전도사'로서의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약속드렸답니다.


물론 제 페이스북 친구들은 제게 환호로 응답했고요. 곧바로 병 극복을 위한 프로젝트를 힘차게 시작했습니다.

먼저 마음의 근력을 키워서 불행을 딛고 행복해지기.
 다음은 체력 회복을 위한 매일 아침저녁 수영 시작.
마지막으로 일상 업무와 인간관계를 더 열심히 해나가기.


이른바 마음과 몸과 인간관계 면에서 동시에 에너지를 풀가동해 삶에 있어서 행복을 찾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제가 처한 여건을 정확히 파악하고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아무래도 남들보다는 힘들게 살아가야 할 것이고 남들만큼 오래 살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가감 없이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런데 삶과 죽음을 깊이 생각하게 되면서 언제 삶을 마감하더라도 후회가 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죽음에 관한 생각을 정리한 후로는 마음이 그렇게 편해질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우리 삶의 가장 크고 어려운 고민이 어느 정도 해결되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이윽고 제가 지병을 얻게 된 것이 불행이 아닌 다행이라고 믿게 되었고 저는 정신적으로 더 이상 불행을 느낄 수 없는 경지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저는 파킨슨병을 얻었지만 제 신조어인 '불행 불감증'에 걸려 불행과는 담을 쌓고 지금껏 살아오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비록 병세는 진행돼 하루하루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으나 단 한 번도 왜 하필이면 내가 이 고약한 병에 걸렸을까? 하고 제 지병을 탓해 본 적이 없답니다. 이는 제가 특별해서가 아니고 그저 달리 뾰족한 방도를 찾을 수 없었던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불행 불감증을 저의 에너지 근원으로 삼고 열심히 살아온 결과 저는 필리핀에서 귀국 후 한국안전수영협회를 설립해서 생명 살리기 봉사활동에 매진해 올 수 있었습니다. 이 일은 몸이 멀쩡한 정상인이라도 너무나 힘들어 몇 번씩 포기하고 싶을 일인데 불치병 환자인 제가 여태껏 그 무거운 짐들을 달갑게 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제가 어떻게 불치병으로 알려진 파킨슨병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극복해 오고 있는지 독자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 특히 저와 비슷한 처지에서 고생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저의 실례를 공유해 드립니다. 아울러 저의 누구보다도 열정적이었던 삶을 조명해 보고 제가 꿈에 그리던 국제기구에서 열심히 일하던 중 지병을 얻어 조기 은퇴한 후에도 홍익정신에 입각하여 생명 살리기 봉사활동에 몰입해 오고 있는 제 모습을 보여 드릴까 합니다.


아무쪼록 즐거운 독서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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