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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강 김철기 Jul 04. 2021

우리는 '뜨는 인류'인가 '가라앉는 인류'인가?

애초부터 우리는 뜰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태어났다

허망한 대화

"애초부터 호모 사피엔스는 물에 뜰 수 있는 신체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다만 그 잠재력을 스스로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세상에 이렇게 허망한 말을 도대체 말이라고 하나?"

"인류가 탄생한 이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물에서의 크고 작은 사고로 인해 억울하게 익사를 당했으며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가족 친지들이 슬퍼해야 했을까?" "이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는가?"

"그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을 판명하게 된다면 소위 인민재판에라도 회부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옳소! 옳소!"라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외치고 싶다.


발상의 전환

발상의 전환이라는 화두가 나오면 우리는 흔히 그 유명한 ‘콜럼버스’의 달걀을 예로 들곤 합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스페인으로 돌아오자 그의 업적을 시기한 사람들이 “그건 배를 타고 한 방향으로 계속 항해하다 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라고 비아냥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콜럼버스는 그들이 모인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달걀을 한번 세워보라고 했답니다. 다들 끙끙대며 뾰족한 쪽으로 달걀을 세워보려고 했으나 아무도 할 수 없었지요. 마침내 콜럼버스가 달걀의 한쪽 끝을 깨뜨려서 세우고 나서, “아무도 생각을 못했지요? 제가 신대륙을 발견한 것도 이와 같습니다”라고 했더니 다들 조용해지더라는 일화입니다.


저는 사람이 맨몸으로 물에 쉽게 뜰 수 있는 '잎새뜨기'를 발견한 것을 외람되이 콜럼버스의 달걀에 비견하고자 합니다. '잎새뜨기'는 사람의 몸이 마치 나뭇잎처럼 가볍게 물 위에 떠있는 모습을 보고 제가 붙인 이름입니다. 알고 나니 인체구조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잎새뜨기로 쉽게 뜰 수 있는데 지금껏 “인류는 수영동작을 하지 않고서는 쉽게 뜰 수 없다”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채 ‘뜨는 인류 (floating humanity)’가 ‘가라앉는 인류 (sinking humanity)’처럼 살아온 것입니다. 왜일까요?


아르키메데스의 부력과 지렛대 원리

우리 인류는 이미 2500년 전쯤에 그리스에서 활동한 수학자요 물리학자였던 아르키메데스가 잎새뜨기의 양대 물리적 원리인 '부력 (buoyancy)'과 '지렛대 원리(law of the lever)'를 발견한 것은 특히 아르키메데스가 왕관이 순금으로 만들어졌는지 여부룰 알아내 달라는 국왕의 요청을 받고 고민하다가 목욕탕에서 목욕 중에 "아, 부력을 이용하면 되겠구나"라는 영감을 받고 "유레카!"(대발견!)을 외치며 알몸인 줄도 잊은 채 목욕탕 밖으로 내달렸던 일화를 독자 여러분께선 기억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그의 후대들이 이 두 가지, 즉 부력과 지렛대 원리, 를 교묘하게  결합하면 우리 인간도 물에서 수영을 하지 않고도 구명조끼 등의 부력 보조도구가 없이도 자연스럽게 뜰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데 실패한 것이며, 이는 인류사의 크나큰 실책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데 공감합니다.  제가 나름대로 그 실패 원인을 추정한 바로는 인류 공통적인 물에 대한 두려움과 물의 민감한 속성, 즉 물속에서는 작은 무게 변화가 크게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과, 위의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맥락에서 아예 제대로 시도해보지도 않고 포기한 경우가 아닐까 합니다. 제가 조사한 바로는 세계적으로 인체 부력이 뛰어난 요기들, 태국의 어느 지방의 우물에서 물에 뜨는 시범을 보이고 시주를 받는 여승, 그리고 다수의 인체 부력이  좋은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잎새뜨기와 유사한 형태로 물에 뜬 사례는 목격할 수 있었으나 저희 한국안전수영협회처럼 이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교육방법으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보급 전파를 한 경우는 일찍이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잎새뜨기와 송장 헤엄

흔히들 잎새뜨기를 "어릴 적 못이나 강가에서 주로 했던 송장 헤엄과 같은 것이 아니냐?"라고 물어오는데요, 이 양자는 질적인 면에서 크게 다릅니다. 송장 헤엄은 지렛대 원리를 사용하지 않고 체를 물속에 내린 채 비스듬히 몸을 걸치고 선 자세에서 호흡에 의한 부력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호흡을 크게 유지해야 해서 힘들게 뜨는 것에 비해 지렛대 원리를 활용한 잎새뜨기처럼 몸 전체의 균형을 맞춘 채 가볍게 중력을 거의 느끼지 못한 상태에서 물 위에 가볍게 뜨는 것과의 차이는 실로 크다 할 수 있습니다.  단적인 예를 하나 들자면 저를 비롯한 협회 코치들과 지도자들은 종종 가수면 상태로 '잎새뜨기 명상'을 즐기곤 한답니다.

잎새뜨기  명상을 즐기는 코치들 (좌측 아래가 저자)


국산 잎새뜨기의 효용성

저는 "우리나라에서 이 잎새뜨기 방법을 발견해낸 게 큰 다행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선진국들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서는 지금도 잎새뜨기와 같은 쉬운 생존수영법이 없어서 다들 얼마나 오래 수영해서 생존할 수 있을까(swim to survive)에 초점을 맞추어 막대한 교육투자를 통해 학교 교육을 시키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수영을 잘해서 실제 사고가 났을 때 구명조끼가 없이 생존할 수 있게 숙달이 되기까지는 오랫동안 수영을 배워야 하는데 이에는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더구나 수영장 인프라가 턱없이 열악한 우리 현실에서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서 오랜 시간 수영을 배우게 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사고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어 대비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수영 못해도 되는 잎새뜨기

수영 못해도 되는 잎새뜨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잎새뜨기 생존수영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수영 경험에 별 관계없이 몇 시간 내지 십여시 간만 배우면 대개가 자력으로 물에 뜰 수 있게 되는, 말 그대로 신기방기입니다. 안전수영법 더 나아가서 일단 체득하게 되면 깊은 물에서 수영을 하다가도 힘이 부치거나 발에 쥐가 나거나 할 때에도 잎새뜨기로 쉴 수 있어 안전수영법으로 제격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잎새뜨기 교육을 이수한 사람들이 바다나 강에서 오픈 워터 수영 경기를 할 때에는 라이프가드의 보호가 필요치 않게 되는 날이 곧 오리라 믿습니다. 말하자면 누구나 물에서 '자유인'이 되는, 그래서 물이 더욱 즐겁고 신나는 날이 곧 올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물에서 생업을 하는 분들에게 이 잎새뜨기를 가르쳐 너울성 파도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스스로 생명을 지킬 수 있게 하여 본인과 가족들이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고 생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 하겠습니다.


수난구조 골든타임 60분 고수

또한 국민의 안전과 생명 구조를 책임지는 해경 대원들과 119 구조대원들도 유사시에 자신들의 생명에 위협을 느끼기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실제로 2016년 11월 8일에 너울성 파도 속에서 구조작업을 벌이던 두 해경 대원이 스스로 목숨을 지키지 못한 채 유명을 달리해서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 적이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따라서 저와 저희 협회는 생존수영지도자를 양성함에 있어서 당시 국민안전처가 정한 수난사고 발생 시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정한 60분간을 물속에서 생존한 지원자들만을 합격시키는 엄격한 제도를 견지하고 있는 유일한 교육기관입니다. 저는 종종 지도자 교육 마지막에 실시되는 테스트에서 다들 찬물에서 끙끙대면서 60분 이상을 떠있는 모습을 보면서 눈시울을 적시곤 합니다.

 

생존수영의 혁명, 잎새뜨기

소방청에서도 수난구조업무에 특화되어 있는 부산소방학교의 이상석 구조 교수가 2016년 5월 초에 저희 잎새뜨기 코치 교육을 이수한 후 인터뷰에서 “(잎새뜨기로 인해) 제 목숨을 여러 개 새로 얻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라고 국내 구조부문 최고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서의 절실한 소감을 밝힌 것은 구조업무에도 잎새뜨기가 필요함을 웅변으로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교수는 외국의 경우 대부분 형식적인 생존 교육인 데 비해 잎새뜨기는 매우 실효성이 높아 가히 혁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힘입어 저는 이 잎새뜨기 교육방법을 미국 특허청에 특허를 신청해두었는데 30개월이 지나는 금년 9월경에는 특허가 나오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락가락 정부 시책

다행히도 정부에서 일부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생존수영 의무교육을 하도록 결정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적절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스포츠 과목에 적용해온 '도입 후 3년 차 일몰제'를 교육부가 결정함에 따라 예산의 대부분 응 지자체에 떠 넘긴 처사는 (필수적인) 안전교육과 (선택적인) 스포츠 교육을 혼동한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이로 인해 생존수영 업계는  크나큰 타격을 받았고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서 더 이상 못 버티고 도산한 수영장과 기존의 생존수영강사들의 실직하거나 이직하는 사례가 실로 부지기수이라서 크게 염려스럽습니다. 수영 업계와 생존수영 업계의 생태계를 효율적으로 보존하고 발전시켜 질 높은 어린이 생존수영 교육이 유지되도록 교육부가 지원하지 못한다면 그 누가 교육부의 결정을 믿고 따를 것인가 자못 의문스럽습니다.


수영 취약인구에 적합한 잎새뜨기

이 잎새 뜨기는 골격이 덜 발달되거나 가벼운 어린이들과 여성들, 그리고 노인층이 습득하기 훨씬 수월해서 소위 ‘수영 취약인구’에 매우 적합한 기술입니다. 저희가 경험한 바로는 이들 가운데 정확한 자세만 잡아주면 곧바로 물에 뜨는 경우가 절반가량이나 됩니다. 그리고 예외 없이 평생 처음 자력으로 떠 본 것이 믿기지 않는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잎새뜨기를 모르고 익사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 분들만 억울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아니, 전세계의 어린이들이 반드시 배워야 하는 잎새뜨기입니다.


잎새뜨기의 세계화와 홍익 사업

잎새뜨기의 세계화를 위해 저의 오랜 국제기구 경력을 바탕으로 세계로 눈을 돌려 당해국 교육기관들과 협력하여 국산 잎새뜨기 생존수영을 보급하도록 해서 많은 청년지도자들을 해외로 파견하여 마치 우리나라가 태권도의 종주국인 것처럼 잎새뜨기의 종주국이 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이 자력으로 물에 뜰 수 있게 되면 저의 꿈인 ‘뜨는 인류’ 또는 '뜨는  세대'의 출현을 목격하는 것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처럼 앞으로 잎새뜨기의 활용 방안을 다양하게 강구해서 잎새뜨기가 국민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공공재로서 또한 지구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홍익 사업'으로의 잠재성을 개발해 가고 싶습니다.


이제 여러분께서 제 질문에 대답하실 차례입니다.

"우리가 '뜨는 인류'인가? '가라앉는 인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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