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생각나는 커피, 내겐 기다림 같은 느낌
오래 머무는 맛이라는 건 있다.
커피에 있어서 좋은 맛은 서두르지 않는다.
시간이 필요하고, 기다림이 필요하고,
그 변화에 있어 서로를 바라보는 온도가 필요하다.
온두라스 커피를 마시다 보면
왠지 그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화려하게 튀기보단 소박하게 다가오고,
처음보다는 오래 두었을 때,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커피.
담백하지만 그 끝에서 오래 남는 여운과
균형 잡힌 향미와 계속 머금게 하는 단맛.
커피를 일상에서 매일 마주하고 마시는 나는,
물이 부어진 순간부터 내려지기까지
커피가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 속에서 배운 건 모든 커피가 처음부터
자신을 다 보여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특히 이 온두라스 커피는 품종에 관계없이
천천히 따뜻할 때부터 식어갈 때까지 변화하는
맛과 향이 왠지 모르게 익숙해서
기다림이 즐거운 커피다.
처음 한 모금보다 두 번째, 세 번째가 더 깊어지고
어느 날은 ‘이런 맛이 숨어 있었구나’ 하고
새삼스럽게 놀라게 되는 커피.
사람 사이의 관계도 참 비슷하다.
처음엔 잘 모른다.
서로의 삶이 어떤 리듬인지,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어디쯤에서 진짜 마음을 꺼내는 사람인지.
시간이 쌓여야 보이는 마음이 있다.
그건 아마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으로 변한 감정이지 않을까?
이렇게 우리는 서로의 일상을 지나치며
문득 다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멀리 있어도,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묘하게 오래 남는 사람이 있다.
좋은 커피를 마시면 잔향이 오래 남는다.
좋은 사람도 결국 그렇게 남는다.
충분히 기다리고 완성되는 커피처럼,
그렇게 서로를 기억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충분히 좋은 인연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