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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ietto Oct 12. 2020

이런 위로는 사양합니다.

위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살면서 수 많이 주고받는 위로, 과연 우리는 제대로 된 위로를 하고 있을까?



위로 :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 줌.




삶에서 돈의 중요함을 부정하진 않는다. 어느 정도의 부는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암에 걸렸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보험에 관련된 말이었다.


"보험은 들었어?"


로 시작된 얘기는 애피타이저였고 본심은 보험금이었다.


" 예전 같았으면 갑상선암에 걸리면 로또라고 했는데! "


살다 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 하지만 뒤이은 더 강력한 한방.


"왜 예전엔 일반암으로 몇천만 원 보험금 탔거든. 별거 아닌 암인데 돈은 엄청 타고 진짜 로또지"


 정말 머리에 뇌를 가지고 다니는 건지 의심이 될 정도의 언어력을 가진 그대를 보며, 로또? 그런 로또라면 당신이나 걸리고 로또 맞았다고 하세요. 과연 그때도 로또라는 말이 나오는지.라는 일침을 가격하고 싶었다. 정말 정신만 멀쩡했으면 그랬을 거다.

 

 설마 그런 말을 많이들 하겠어, 하겠지만 로또 맞은 암이라는 말 정말 많이 들었다. 아마도 그들에겐 아픔보다 아픔을 대가로 주어지는 진단금이 더 중요했나 보다.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가치관이 달라도 너무 다른 그들이 건네는 위로는 위로가 아니라 독화살이 되어 날아와 아픈 가슴에 한 번 더 확인 사살하는 격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니깐 괜찮아. 그래도 다행이야. 갑상선암인 게 어디야?"


 많이 생각하고 많이 알아보고 건넨 말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는 일부 동의해 줄 수도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변하지 않는 생각이 있다. 암이면 다 암이지 착한 암은 없다는 것. 대중에게 너무나도 많이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고 알려져 있어서 갑상선암 환자라고 하면 감기 걸린 것 마냥 생각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당사자가 되어 갑상선암에 대해 공부해보니 생각보다 위험 요소가 크고 암의 종류도 다양해서 사망률이 높은 종류의 갑상선암도 있다. 무엇보다 갑상선 전절제를 하고 나면 평생 씬지로이드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예전과는 다른 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호르몬의 영향으로 감정의 기복도 심해지고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많이 느낀다. 그 외에도 수술 후 다양한 어려움들이 있는데 너무 쉽게 생각하고는 괜찮다니, 갑상선암이라서 다행이라니, 우리 이제 그런 말들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애써 어떤 말을 건네지 않아도 좋다. 가장 좋은 위로는 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상대방의 아픔을, 힘든 그 이야기를 어렵게 꺼내었을 때 진심을 다해 들어주는 것. 그 시간들이 가장 큰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예기치 않게 또 한 번 암환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 한순간 얼굴 표정이 일그러지며 왈칵 눈물을 쏟던 친구가 처음으로 내뱉었던 말.


"그런 얘기를 지금 하면 어떻게. 오랜만에 봐서 재밌는 이야기 하려고 왔는데 뭐라고 해야 해.

힘들어서 어떡해. 어떡하면 좋아."


 그럴싸한 문장도 아닌 지금 생각해보면 앞 뒤도 맞지 않는 그 친구의 말이 참 많이 위로가 되었다. 나의 아픔을 진심으로 함께 아파하며 같이 공유할 수 있다는 사람이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내가 겪지 않는 일에 대해 상대방이 느끼는 마음을 100% 이해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위로라는 말이 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래 그러니깐 우리 가만히 온 마음을 다해 들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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