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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ietto Oct 22. 2020

나는 나를 제일 사랑합니다.

내가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는 세상 살이

사랑에 관련된 책은 언제나 베스트셀러다. 그만큼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에 관심이 많다는 것 아닐까? 20대에 했던 불꽃 같은 사랑에서 나와 다른 한 사람을 이해하며 배려하는 30대의 사랑 그리고 인생의 동반자와 희로애락을 함께 공유하는 사랑까지 우리는 변화하는 사랑의 형태에서 상대방을 사랑하는 방법을 끝없이 배워나간다.


그런데 나를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은 알고 있을까?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고 따라가려 하다 보니 내 안을 들여다볼 시간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나는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언제나 한 발 빠르게 패션 잡지를 사서 정독했었다. 그 시간들은 매우 즐거웠고 유익하다고 생각했다. 꼭 유명 인플루언서가 아니라도 누군가의 SNS를 염탐하며 그들의 호화스러운 사생활을 잠시나마 부러워했고 잘 꾸며진 세련된 이름 모를 언니들을 보며 그들이 장착한 아이템을 찜 목록에 추가시켰다. 아마도 하루 중 일면식도 없는 그 누군가의 사생활을 엿보는데 2시간은 족히 썼을 것이다. 대단한 정성이다.


아니 근데, 정작 중요한 나는 어디에 있단 말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허한 마음이 드는 건 다 이유 있는 일이었다. 물론 나의 관심 분야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워라밸이라는 말이 있듯이 껍데기에 50을 쏟아부었다면 마음과 건강에도 50의 정성은 들여야 하지 않냐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나를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다. 남들에게 인형처럼 늘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래서 내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내 몸이 나에게 무슨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 몰랐고 서서히 그렇게 몸은 망가져 갔다. 강한 정신력은 여러 번의 고비 앞에서 하염없이 무너졌다. 아마도 나에게 이런 일이 없었다면 지금도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는 척'만 했을 것이다.




내 몸의 신호에 귀 기울여주세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듯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머리부터 발 끝까지 그리고 몸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민감해져 보는 게 나를 사랑하는 첫 걸음마이지 않을까. 내가 없다면 이 세상의 일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함께 웃고 함께 즐기기 위해서는 건강한 몸이 제일 우선이 되어야 한다. 사실 갑상선암을 진단 받기 전 몸이 보내는 몇 가지 신호가 있었다. 대표적인 신호가 탈모였는데 처음에는 두피에서 열감이 느껴지더니 나중에는 두피가 딱딱해지고 건조해지면서 각질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여자인 내 머리에 구멍이 생겼다. 동전만 한 구멍이. 지금의 나라면 첫 단계부터 이상 신호를 감지하고 소중한 몸을 돌봐주려 노력하겠지만 6년 전의 나는 저녁의 술자리가 더 좋았던 것이다. 


나에게 아낌없이 투자하세요.

단 중요한 것은 외면이 아닌 내면에 투자하는 것이다. 좋은 옷을 한 벌 사는 것보다 건강하고 깨끗한 식재료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베개 유목민이 되어 보기도 하고, 속 시끄러운 마음을 위해 요가 수업도 플렉스 해버리는 거다. 햇살이 좋은 주말엔 기분 좋은 음악 한 곡 선곡해서 광합성도 하고, 가끔은 책 한 권 들고 훌쩍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 이러한 투자는 단기간에는 큰 변화를 안겨주긴 힘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한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떤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를.


가끔은 my way도 괜찮아요.

눈 감았다 뜨니 저녁이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한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남 신경이란 사치일 뿐이다. 생각보다 남들은 나에게 그렇게 큰 관심이 없다. 그렇기에 상대방에게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가끔은 my way를 외치며 나 하고 싶은데로 해도 후에 내가 쌍년이 되는 일은 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너무 상대방을 의식해서 상대방을 위한답시고 과하게 행동하다 보면 엔돌핀이 사그라들고 스트레스가 산을 이루고 있을 것이다. 다들 알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무서운 녀석인지. 마음의 병부터 시작해서 몸의 병 까지 찾아보면 병의 원인에는 늘 '과도한 스트레스'가 적혀있다.


사랑한다고 수고했다고 매일 이야기해주세요.

수많은 실험에서 입증되었듯이 언어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꼭 실험 영상을 보지 않아도 일상생활에서 쉽게 실험대상자가 되는 일이 많다. 직장 상사에게 시원하게 한 소리 들었을 때 머리 끝까지 불기둥이 솟는 감정을 누구나 느껴봤을 것이다.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과는 다르게 가슴을 후벼 파는 못된 이야기를 했을 때 통쾌함보다는 자책과 후회를 했을 것이다. 말은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매일 사랑한다, 수고했다라는 따뜻한 말을 건네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내뱉을 때 긍정적인 변화가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또 한 번 더 놀라운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고 아껴주어야 할 사람은 스스로라고. 오늘 저녁 수고한 당신에게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라고 쓰담쓰담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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