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ietto Oct 23. 2020

살아있음에 감사한 오늘


"여보 그렇게 땅만 쳐다보지 말고, 여보가 좋아하는 꽃도 보고 나무도 보고 가끔은 하늘도 봐. "


퇴근을 하고 운동 삼아 뒷 산에 오르는데 비버가 한 마디를 한다. 그때 처음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나무 사이로 곧게 뻗은 햇살들이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숲 길 따라 피어난 꽃들은 아기자기한 것이 참 귀여웠다. 이렇게 멋진 경관을 두고 코 박고 정상을 향해서만 걸어갔다니.


목표지향적인 나는 앞을 보고 달려가는 것이 인생의 정답인 줄 알았다.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남들에게 뒤처질까 봐 쉬지 않고 달리기를 했다. 덕분에 원했던 바를 이루긴 했지만 분명 그 속에서 귀중한 것들을 많이 놓쳤을 것이다.


처음으로 내 인생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쉼 없이 달렸던 직장도 강제 휴직에 들어갔다. 길고 긴 레이스를 멈춰보니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많은 것들을 느끼게 되었다. 생각도 행동도 한층 여유로워졌고 더 나아가 인생의 가치관도 달라졌다.


소중한 것을 잃기 전까지는 지나온 삶에 대해 돌아보기가 쉽지 않다. 영화에서나 보았던 암 진단을 받던 주인공의 막막한 모습을 내가 하고 있기 전까지는 나도 그랬다. 젊은 나이에 내일을 맞이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하루하루가 감사했다. 지금껏 해왔던 방식으로는 오늘을 온전히 살아갈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살아있음에 감사하다.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가을바람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고, 달콤한 아카시아 향을 맡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내일을 기대하기보다는 현재에 감사하고 충분히 즐길 준비가 되었다.


이 글이 독자 여러분들에게도 오늘을 즐길 수 있는 힘이 되었으면 한다.














이전 15화 나는 나를 제일 사랑합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