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벤덤: 미쉐린의 캐릭터
올록볼록 튀어나온 살들이 매력적인 미쉐린 타이어 회사의 캐릭터 비벤덤. 백일을 갓 지난 조카의 포동포동한 모습을 보고 비벤덤을 떠올렸던 기억이 난다. 나와는 영 상관없을 것 같던 비벤덤이 나의 골칫거리가 될 줄이야.
내 목에는 노화로 생긴 주름 말고도 또 다른 선들이 있다. 하나는 4년 전에 또 하나는 최근에 얻었다. 처음 서울대학교 병원 갑상선센터에서 수술을 집도해주실 외과 교수님을 만났을 때 갑상선이 위치한 목 아래 부분을 7-8cm 정도 절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흉터 걱정을 먼저 했다가 혼이 난 적이 있다.
"환자분 지금 흉터 걱정을 할 때가 아닙니다. 환자분은 림프절까지 암이 전이돼서 수술로 깨끗이 제거할 생각을 하셔야죠. "
사태 파악을 못했던 나는 그 당시에는 사실 수술보다 목에 길게 그어질 뚜렷한 수술 자국이 더 신경 쓰였다.
퇴원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서울역 화장실에서 처음으로 수술 흉터를 보았다. 겉에 붙어있던 큰 밴드를 살짝 떼내보고는 너무 놀랐다. 한동안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었다.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한 살들이 절개선을 따라 경사를 이루며 마치 괴물 분장을 해놓은 듯 기괴했다. 학창 시절에 그 흔한 여드름 한번 안나 본 고운 피부에 흉측한 흉터가 생기다니. 다행히 적극적으로 피부과 치료를 받은 덕에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몰라보게 희미해졌다. 얼핏 보면 자연스럽게 생긴 목주름 같아 보인다.
이제 다 됐구나 싶었는데 4년 후 이전보다 눈에 더 잘 띄는 곳에 진한 한 줄이 생겨버렸다. 재발한 부위가 오른쪽 귀 아래 부분이라 처음에 수술했던 부분을 절개하면 절개 부위가 생각보다 커져 최소한의 절개로 오른쪽 귀 아래 부분을 5-6cm 정도 절개하기로 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끝났고 회복도 지난번보다 빨랐다. 또 한 번 겪어 본 일이라 그런지 흉터에 대한 마음의 준비도 어느 정도 되었다. 그런데 두껍게 붙여져 있던 밴드를 떼어보니 예상치 못했던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절개선이 반듯하게 예쁘게 일자인지, 몇 cm인지 이런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절개선을 따라 위아래 목살들이 올록볼록하다는 것이다. 마치 미쉐린 타이어 회사의 비벤덤 처럼. 그러다 보니 한동안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일 조차 쉽게 되지 않았다.
"와 진짜 무슨 이런 일이 또 다있노. 이건 뭐 산 넘어 산인데. "
그 정도가 얼마나 심했냐면 입원 기간 동안 살이 더 빠져 왼쪽은 날렵한 턱선인데 오른쪽은 볼거리 걸린 마냥 턱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외과 교수님을 만나기 전이라 과연 이 현상들이 호전이 될지에 대한 믿음도 없었고 이로 인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의학의 힘을 믿는 나는 한 달 채 되지 않아 피부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으로 몇 군데 상담을 받았다. 튀어나온 살들이 심해서 레이저로 깎아 내야 한다고 이야기했던 원장님도 계셨는데 너무 무서워서 두 번 다시 가진 않았다. 다행히 치료 계획도 선생님이 환자를 대하는 마음도 나와 잘 맞는 곳을 찾아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아직도 여전히 편평하지 않은 살들에 적응이 되진 않지만 외과 선생님이 그러셨다.
"10개월 정도만 있으면 이 살들도 제 자리를 잡아갈 거예요."
나는 대한민국 의료기술의 뛰어남을 믿는다. 4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이 골칫덩어리가 차차 해결될 거라 믿는다. 비벤덤 같으면 어떠냐! 암세포들 싹 다 없애버렸으면 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