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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지혜 Aug 24. 2023

다시 사랑하지 않겠다는
달콤한 거짓말

(12). 아유 게이?

    영국에 가서 놀란 것 중 하나는 게이 문화였다. 런던에서 기차를 타고 한 시간을 가면 유명한 휴양지인 브라이튼이 나온다. 바닷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 도시는 영국인들이 은퇴 후에 가장 살고 싶은 곳 중 하나다. 또 휴양지다 보니 10대 청소년들의 임신과 출산이 많다. 하지만 이보다 더 유명한 것은 부유한 게이들의 낙원이란 것이다. 예전에 친구와 함께 브라 이튼에 가서 2층버스를 타고 둘러본 적이 있었다. 그때 친구가 손가락으로 화려해 보이는 고급 맨션들이 자리하고 있는 곳을 가리키며              

  

     “이 쪽 동네가 돈 많은 게이들이 사는 곳이야.”     

        

     라고 말해줬다. “돈 많은 게이들이 모여 사는 곳?” 낯설고 신기했다. 유학 오기 전에는 게이 친구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아주 가까운 곳에, 늘 게이가 있었다. 당장 K의 학과에서만 해도 한 명 있었다. 그 친구는 예쁜 나비가 달린 볼펜을 늘 갖고 다녔고  언제나 다리를 옆으로 우아하게 꼬고 앉았다. 약간 가늘고 도도한 그의 목소리는 어딘가 모르게 섹시하고 멋졌다. 자기 얘기를 할 때에는 나비 모양 볼펜을 들고 양손을 비비 꼬면서 말했는데 그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 친구를 시작으로 K주변에는 게이들이 많이 있었고, 신기한 것은 게이 친구들은 K를 좋아했다. K도 이상하게 여자 친구들보다 게이 친구들이 편했다.     


     K와 게이들과의 인연(?)은 어렸을 때부터다. 중고등 학교 시절 이상하게 덩치 좋고 키가 큰 여학생들이 종종 K에게 알 수 없는 편지를 보내곤 했었다. 중학교 때 한 친구는 혼자 읽으라면서 편지를 건네줬다. 그 편지 속에는 “너를 한 학기 동안 지켜봤어! 친하고 싶어” 라고 쓰여 있었다. 단순히 보면 분명 우정 편지인데, 그러기엔 그 친구의 행동이 뭔가 이상했다. K가 다른 친구랑 음악실이나 급식 실에 갔다 오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로 수업 시간 내내 쳐다봤다. 그 시선이 어찌나 따갑던지 수업에 집중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런 일화가 몇 번 더 있었지만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몰랐다. 적어도 영국으로 가기 전에는. 한 번은 미용실에 갔다가 담당이었던 필리핀 미용사가 머리를 만지면서 


            "머릿결이 너무 좋네요. 아름다워요.”


라고 말했다. 칭찬이 고맙다고 말했다.         

  

           “사실 나 레즈비언인데 당신한테 관심 있어요. 이따가 같이 안 갈래요?"

           “미안하지만 많이 바빠서요.”          


     다행히 그 상황을 모면했지만 이런 일은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 항상 궁금했다. 레즈비언에게 어떤 면이 매력이 있는 건지.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놀랍게도 K가 레즈비언들이 좋아하는 매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친구 중에 바이 섹슈얼리티 (남자도 여자도 좋아하는 젠더)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윙크를 하면서               

           

        “너도 알잖아, 네가 귀엽다는 걸.”               

 

    이렇게 말하는데 당황스러웠다. 왜냐하면 여자를 한 번도 이성으로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 정체성마저 고민하게 만들었던 게이 친구들은 이렇듯 늘 K곁에 있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을 만나면 이렇게 묻는 습관이 생겼다. “아유 게이?”      

    

        P오빠도 게이였다. 독일로 예술여행을 떠났던 K는 친구의 소개로 오빠를 만났다. 화장을 한 곱고 섹시한 얼굴을 보면서 그가 게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 오빠도 K처럼 박사공부를 한 학생이었는데 수석으로 학교를 졸업했다. 간신히 학교 공부를 이어가던 K에게 오빠는 한마디로 롤모델이었다. P오빠는 만난 지 한 시간 안 돼서 자신이 게이라고 말했다.      


           “알고 있어요. 근데 눈썹이 짝짝이로 그려졌는데…다시 그려드릴까요?”          


     둘은 낄낄거리면서 한참을 웃었다. 오빠는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얼마 전 헤어지고 힘들어하고 있었다. P오빠랑 학교 도서관에 가는데 도서관 입구에서 “그 남자”와 마주쳤다. 그는 오빠를 보자마자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봤다. 오빠는 눈물을 억지로 참는 것 같았다. K는 그 중간에서 애처롭고 애틋한 감정이 들었다. 그날, 밤새도록 오빠의 사랑 얘기를 들었다. K가 들었던 그 어떤 사랑 얘기보다 더 슬펐던 오빠의 사랑 얘기. 결국 오빠와 그 사람은 완전히 헤어졌다. 그 이후로도 오빠는 사랑 고민을 많이 얘기했고 K 또한 그랬다. 그들은 마치 친오빠 동생처럼 친해졌다.      


        K가 겪었던 많은 게이들은 평범한 우리들보다 마음이 약하고 여리었다. 영국은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열린 사회였지만 그래도 일부 보수적인 사람들은 게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것이 사실이다. 몇 년 후, 알고 지내던 게이 커플이 대리모를 통해 쌍둥이를 낳았고 BBC아침 뉴스에서 이들 커플에 대한 인터뷰를 생방송으로 진행했다. 게이나 레즈비언 커플이 대리모나 정자 기증을 통해 아이를 낳는 일이 영국에서도 흔한 일이 아닌 것이다. 그만큼 이들 커플의 케이스는 상징적인 일로 남게 됐다. 하지만 게이 친구를 두는 것과 내가 그들 속에 포함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K는 게이에 대한 생각이 늘 긍정적이었다. 적어도 이 일이 있기 전에는.      


        새로운 학기가 새로 시작하던 날이었다. 교양수업이 있던 날이었는데, 수업 내용을 못 알아듣고 힘들어하던 K는 옆자리에 앉은 선량해 보이는 미국 친구에게 노트 좀 빌릴 수 없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그 친구는 갑자기 자기 노트를 북~하고 찢어서 줬다.       

        

     “이거 가져.”

     “뭐라고? 이걸 주면 넌 어떡하려고.”

     “난 괜찮아. 아참 내 이름은 W야.”       

        

     노트라도 빌리면 다행이겠다. 하고 물어본 건데 갑자기 수업 내용을 정성껏 메모해 둔 노트를 찢어서 가지라고 하니 고마워서 몸 둘 바를 몰랐다. 고마운 마음에 그 친구를 기숙사로 초대했고 식사 대접을 했다.      

     

           “너는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음식 솜씨도 좋구나."          


     W는 K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K는 서툰 영어라 많은 걸 표현하기 어려운데도 W가 그녀를 잘 이해해 줘서일까. K는 W와의 대화가 즐거웠다.   

        

           “우리 와인 한잔할까?”     


     W의 제안에 K는 얼마 전 병 표지가 예뻐서 사다 놓은 프랑스와인을 갖고 왔다. 와인 잔을 내려놓는데 머리카락이 앞으로 흘러내려왔다. K가 머리카락을 넘기려 는데 W가 재빨리 머리카락을 넘겨줬다. 순간 기분이 묘했다. K를 바라보는 W의 시선도 어쩐지 뜨거웠다. 그래도 그날 별일 없이 기분 좋게 W와 와인을 마시고 헤어졌다. 문제는 다음날부터였다. 수업시간에 강의실로 향해 들어가는데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학과에서 수다스럽기로 유명한 A가 다가와 어깨를 툭 치면서 말했다.       

          

           “헤이~ 어제 W 하고 데이트했다며.”

           “데이트? 무슨 말이야. 그런 적 없어.”

           “집에서 밥도 먹고 와인도 마셨다며. 그게 데이트지.”

           “데이트라니.”

           “걔 레즈비언인 것도 몰랐단 말이야?”          


K가 놀랄 기세도 없이 W가 교실로 들어왔다.   

       

           “뭐 하는 짓들이야.”

           “이번에 새로 바뀐 네 애인이랑 대화 좀 하는 중이었어. 오케이. 잇츠 논 오브 마이 비즈니스.롸잇. (그래 좋아 내 일 아니니까 관둘게)”   

            

     레즈비언? 데이트?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지. 머리가 새하얘졌다. 가끔 만나는 게이 친구들과 커피도 마시고 밥을 먹은 적도 있지만 여자 게이, 레즈비언인 친구와 내가 데이트를 한 거라니.        

    

           “어떻게 된 거야.”

           “말 그대로야.”

           “네가 레즈비언이라고?”

           “헤이~ 그걸 정말 몰랐단 말이야?”     

           “말을 안 해주는 데 그걸 어떻게 알아.”

           “그래? 그럼 말해 줄게. 나 레즈비언이고. 널 좋아해. 오케이?”

           “나… 나는 여자 안 좋아해. 남자 좋아해.”

           “잇츠 오케이. 상관없어. 난 내 감정이 가는 대로 할 뿐이고. 내 감정까지 네가 터치할 필요는 없지?”               

     나를 좋아한다고, 저 친구가? 왜? K는 그날부터 W를 피해 다녔다. 강의실에도 제일 늦게 들어가서 W 가까이 앉지 않으려고 했고, 수업이 끝나면 제일 먼저 나가서 기숙사로 달려가다시피 해서 돌아갔다.  

             

           “W가 널 좋아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 그리고 쟤 누구 한 명 오래 못 좋아해. 네가 가만히 있으면 금방 다른 애한테 갈 거라고. 왜 이렇게 심각해.”          


     A는 K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였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는 A의 말과는 달리 W는 K에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여느 때처럼 수업시간이 거의 다 돼서 강의실로 들어가려는데 W가 서있었다. K가 피하자 W가 막았다.                

           “할 말 있어, 우리 수업 끝나고 커피 한잔해.”

           “미안하지만 사양할게”

           “정말 할 말이 있다고.”            

   

 W의 간곡한 부탁에 거절할 수 없었다. 수업을 마치고 학교 앞 커피숍에서 커피를 시켰다. 먼저 말을 건 건 W이었다.                


           “넌 내가 그렇게 싫어?”

           “그런 게 아니잖아.”

           “알고 싶어. 내가 왜 싫은 건지.”

           “싫지 않아. 하지만 친구로서야.”

           “왜 그렇게 딱 잘라서 사람관계를 단정 지어?”

           “난 여자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레즈비언이 아니라고.”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잖아.”

           “시도하지 않아도 알아.”   

            

 W는 K를 설득했다. K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난 견딜 수가 없다고. 매일 네 생각이 나서 힘들어.”

           “그러지 마. 제발. 너와 성적 취향을 존중해. 하지만 나는 아니야. 이해해 줘 그만 갈게”   

            

 K가 커피숍 문을 여는데 W가 뒤에서 말했다.     

     

           “네가 그러면 난 죽어버릴 거야”   

            

 잠시 걸음을 멈췄다가 카페 문을 열고 나갔다. W는 뒤따라오지 않았다. 그 후로 며칠간 W는 수업에 들어오지 않았다. K는 W가 말한 마지막 말, “죽어버릴 거야” 가 계속 걸렸다. 다른 친구들은 K에게 W의 안부를 물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왜 나한테 물어보지?”      

         

이렇게 대답했지만 K는 W의 결석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마저 들었다. 그리고 망설이던 끝에 W에게 전화를 했다.                

           “지금 내 곁에 달려와줄 거 아니면 전화 끊어줘.”      

         

W는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떼를 쓰듯이 K에게 얘기했다.  

             

           “그럴 순 없어. 수업은 들어와야지. 이대로 낙제할 거야?”

           “네가 상관할 바 아니잖아.”

           “친군데 어떻게 상관을 안 해.”

           “친구? 오케이. 넌 친구지. 난 널 친구로 둔 적 없어. 이만 끊어.”       

        

         K는 다시 전화하지 못했다. W에게서 어떤 말이 나올지 걱정됐기 때문이다. 다음 날 W는 학교에 왔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도 없이 W가 오히려 K를 피했고, 심지어 다른 여학생과 애인사이처럼 아주 다정하게 지내고 있었다.                 


           “바람둥이라더니 잘됐네. 이제 걱정 안 해도 되겠어."               

        

    안심하며 수업을 들었다. 수업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려 는데 K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 음을 금세 알아챘다. 기숙사 앞에 W가 심각한 표정으로 서있었기 때문이다. 등치가 K의 거의 두 배가 되는 W가 팔짱을 낀 채 기숙사 입구에 서있었다. 며칠 사이에 부쩍 야윈 W는 원래 큰 눈이 유난히 더 커 보였다.                 

     

          “오늘은 네 대답을 다시 듣고 싶어.”

           “무슨 대답?”          

 

    K는 W가 무슨 얘길 할지 겁이 났다.           

      

         “나와 죽어도 연인 사이가 될 수 없는지 말이야.”

           “없어. 없다고. 제발 이러지 마.”

           “좋아. 알겠어. 이제부터 내가 뭘 하든 상관하지 마.”

           “왜 하필 나야?”

           “나도 몰라. 모른다고. 넌 네 사랑을 스스로 선택한다고 생각해?"    

 

 K는 대답할 수 없었다. 레즈비언이란 말만 빼면 모두가 맞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난 네 생각 때문에 잠을 잘 수도 먹을 수도 없다고.”

           “미안해.”

           “미안하면 이러지 마.”

           “도저히 너랑 대화하지 못하겠어. 갈게.”               


K가 돌아서서 가려 는데 W가 K를 꽉 안아버렸다.               

       

        “이거 놔줘 제발.”          


 K가 W를 밀치려는데 W가 억지로 K에게 키스를 했다. 아악 하면서 소리를 지르며 K가 W에게서 벗어났다.               

           “너는 미쳤어.”               

 

    K는 뒤도 안 돌아보고 기숙사로 갔다. 구역질이 나왔다. 물을 틀어서 여러 번 입을 헹구고 입술을 닦았다. K는 W에게 강제 키스를 당했다는 것보다, W의 행동에 분하고 역겨워하는 자기 자신에게 놀랐다.                

        

            “난 말로만 게이들을 이해한다고 하는 거였어."           


     K는 창문 밖으로 우두커니 한참을 서있는 W를 보며 일부러 불을 꺼버렸다. 혼란스러웠다. 여자를 좋아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W가 망가지는 걸 보기도 싫었다. 그러나 방법이 없었다. W를 위해 억지로 여자를 좋아할 순 없는 거니까. 그때였다 W에게서 전화가 왔다. K는 받지 않았다. 아니 받을 수 없었다. 그러자 음성 메시지가 왔다.    

              

           “지금 기숙사 1층에서 기다리고 있어. 내려오지 않으면 정말 죽어버릴 거야.”               

  

입술을 깨물었다. ‘이건 분명 강제적 행위야. 난 동조할 수 없어’ 곧바로 커튼을 내리고 음악을 틀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서 커튼을 올리고 내다보니 W가 주저앉아서 통곡하듯 울고 있었다. 그녀는 술에 몹시 취한 듯했다. 몇몇 사람들이 W를 일으켜 세워서 움직이게 하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더 크게 소리 지르고 울었다.

               

           “왜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데. 날 좋아하면 왜 안 되는 거야 왜!”                

        

        K는 밖으로 나갈 자신이 없었다. W를 받아주면 그때부터 다시 모든 게 또 시작될 것 같아서…. 창문을 닫았다. 커튼을 내리고, 음악을 크게 틀었다. 음악소리에 묻혀서 W의 우는 소리도 희미하게 들렸고, 침대에 누워 억지로 잠을 청했다. 심장이 떨렸다. 누군가 나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에 눈물이 났다. W를 사랑하는 것도 아닌데, 왜 눈물이 날까. 자신의 눈물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자기 합리적 행동인 것 같아서 화가 났다. 음악소리도, 창밖에서 나는 그녀의 눈물도 조금씩 희미해질 때쯤, K는 잠이 들었다. 그때 알았다. W가 이별의 한 가운데를 넘어서고 있음을.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자신은 그저 멀어지는 W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별도 사랑처럼 속도가 있다. W는 짙은 안개 속에서 아주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녀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K는 멈춰서있었다.   

   

        얼마 후 W는 학교를 그만뒀다. K는 그 충격에 한 학기를 휴학했다. 친구들은 더 이상 이들에 대해 수군거리지 않았다. W에게 마지막 편지를 받은 것은 몇 달 후였다.      

         

           “널 사랑한 걸 후회한 적 없어. 하지만 널 힘들게 한 걸 무척 후회해. 너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항상 기도할 게. 사랑해.”               


        편지를 읽는 내내 자꾸만 눈물이 났다. 비록 자신이 그녀와 같은 마음은 아니었지만 그녀가 받았을 고통이 머리끝까지, 발밑까지 느껴졌기 때문이다. K는 지금도 게이 친구들이 좋다. 그들은 베스트 프렌드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아무 불평 없이 묵묵히 얘기를 들어줬던 W가 떠오른다. 남자친구와 헤어져서 힘들어하며 눈물을 흘리던 P오빠가 그립다. 그들은 변방에 있는 아웃사이더가 아니다. 친구고, 이웃이고, 가족이다. 비록 K는 W의 사랑을 받아줄 수 없었지만, 아직도 W가 술을 마시면 부르던 아바의 “I have a dream”이 떠오른다. 그녀의 꿈은 이제 이뤄졌을까? 어디에서 누군가와 사랑하며 살고 있겠지? 네가 게이든 아니든 상관없어.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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