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영역을 공부할 때도 고통이 수반된다.
뱀은 허물을 벗는다. 아니, 허물을 벗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허물이 딱딱해져 그 속에 갖혀 죽는다고 한다. 외부에서 보기엔 뱀이 허물을 쉽게 벗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뱀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허물 뿐 만 아니라, 눈, 콧구멍, 입 안쪽,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몸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허물을 벗는 다고 한다. 이 과정은 상당히 고통 스럽지만 뱀은 생존해야 한다. 생존하기 위해선 성장이 필요하고, 성장을 위해선 허물을 벗어야하는데 허물을 벗는데 고통이 따르는 것이다.
세계적인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는 데뷔초부터 현란한 드리블로 유명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슈팅이 약하다는 단점을 지적받곤 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약점을 하나하나 보완한 메시는 슛결정력을 포함해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었다. 라이벌 호날두 또한 레알마드리드 이적 초까지만 해도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전형적인 드리블러였지만, 무릎 부상과 노쇠화로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그는 드리블러에서 타겟형 스트라이커로 포지션을 변경한다. 말이 포지션 변경이지 두 포지션간의 요구사항이 워낙 달라서 바꾸는데 아주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뱀이 허물을 벗을 때처럼 그들에게도 엄청난 고통이 따르지 않았을까. 하지만 두 선수 모두 멋지게 자신의 허물을 벗어낼 수 있었고, 어느새 30대 중반의 나이지만 여전히 리그 탑급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드리블, 슈팅, 프리킥, 오프더볼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허물을 벗으며 자신의 성장을 보여주었다.
스타크래프트 전 프로게이머 이제동은 데뷔초 뮤탈컨트롤로 유명했다. 하지만 그가 뮤탈컨트롤에만 의존했다면 지금의 이제동은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장점이 초, 중반에 강하다고 해서 초,중반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자신의 단점인 후반전을 갈고 닦으며 자신의 약점을 하나하나 없애고 한 걸음씩 나아갔다. 자신이 약한 분야를 계속 접하고 보완하는 것은 상당히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 뮤탈컨트롤 좋은 선수 정도로만 기억될 수도 있었던 이 선수는 팬들에게 역대 최강 저그 프로게이머로 기억된다.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보통 대학교에 진학하면 자신의 전공이 생기게 되고 그 전공이 곧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 좋게 말하면 전공이 자신을 나타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고방식이 자신의 전공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성장하지 않으면 자신의 전공에 갖히는 것이다. 자신이 가장 잘하고, 자신을 나타낸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허물에 갖히는 것이다. 자신에게 친근하고 자신있는 전공 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을 공부하는 것은 상당히 고통스럽다. 도저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도 막막하고 모르는 단어 투성이다. 기초적인 단어 하나하나 찾아보며 이래서야 어느 세월에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 전공만 잘하면 됬지, 이렇게 고생해가며 다른 영역까지 알아야 하나 싶다.
나는 아직 허물을 벗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고통스럽다. 내가 이렇게 한다고 허물이 벗어지기는 할까? 정말로 내가 성장할 수 있을까? 성장을 하긴 하는 걸까?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사서 고생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든다. 그래도 이왕 시작했으니 허물을 벗은 내가 보고 싶어서라도 공부는 계속 하려고 한다. 만약 내가 허물 벗는데 성공한다면 그 때 다시 글을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