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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카 코스 별로 다른 세팅이 필요한 이유

서로다른 시스템에 내 코드 녹이기

by 장철원

어렸을 때, 달려라 부메랑, 우리는 챔피언이라는 만화가 인기있었다. 동네방네 미니카가 굴러다녔고, 나도 친구들에게 밀리지 않기위해 충전지와 블랙모터를 사려고 열심히 용돈을 모았던 기억이 안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미니카는 내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럼 2019년 현재 미니카를 구하려면 중고 매장에 가야할까? 아니다. 서울만 해도 양재, 용산, 홍대입구 등에 타미야 매장이 존재하며, 놀랍게도 아직 미니카 하시는 분들도 전국적으로 많이 계시고 대회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나도 어린시절 추억을 되살릴겸 홍대입구 타미야매장에 가게 되었다. 어렸을 때 비싸서 구경만하던 모터도 사고, 어렸을 때 문방구 앞에서 미니카를 굴리던 기억을 떠올리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조립했다.


미니카.jpeg 1시간 동안 열심히 만든 슈팅 프라우드 스타


번개같이 질주할 미니카를 상상하며 트랙에 손을 놓았다. 과연 투자한 만큼 만족할 만한 속도가 나왔다. 그런데 이게 왠일, 잘 달리던 미니카가 커브 구간에서 코스 아웃을 하고 만다. 그 장면을 보신 고수분 왈, 내가 한 세팅은 이 코스와는 맞지 않는다고 하셨다. 내가 달렸던 코스는 커브가 많은 코스였는데, 나는 그와는 맞지않게 직선에 유리한 대경(큰 바퀴)을 사용하고, 그에 따라 차체가 높아져 팅겨 나가기 쉬웠다는 것이다. 나는 원래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마음 같아선 어느 코스가 나오던, 똑같은 세팅으로 빠르게 달리고 싶었다. 하지만 누군가 그랬지. 그 귀찮은 걸 잘해야 그 분야를 잘하는 거라고. 하긴 한 가지 세팅으로 모든 코스 정복이 가능하면 아무도 고생 안 할 것 같다.


미니카코스.JPG 출처 : http://lovesjapan.blogspot.com/2013/10/mini-yonku4wd-it-enthused-children-of.html


개발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마음 같아선 어느 시스템 환경을 만나던 한번 짠 코드를 토시하나 바꾸지 않고 재활용하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서버마다 서로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고, 미니카 셋팅을 변경하는 것처럼내 코드를 시스템에 녹이기 위해선 수정이 필요했다. 늘 이런 수정은 노가다라고 생각했고 의미없고 나를 귀찮게 한다고만 생각했다. 쓸데없는 시간낭비라고 생각했고 내 발전과는 관련없다고 생각해 이런 상황에선 조급해지기까지 했다.




미니카를 잘 하시는 분들은 그런 셋팅을 즐기시는 분들이 아닐까? 만약 코스가 달라져 다른 셋팅이 필요할 때 셋팅 변경을 즐기지 못하고 매번 귀찮다고만 느낀다면 아마 잘 하기 힘들 것이다. 글 서두에 말했든 분야를 막론하고 그 분야의 고수분들은 남들이 하기 귀찮은 일을 즐기며 하시는 분일 것 같다. 나도 앞으로는 내 코드를 새로운 시스템 환경에 녹일 수 있게 변경하는 작업을 즐기는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내 실력상승에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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