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맛. 육아란 스팀 뚜껑에 찬물을 붓자

[식탁 위 어른감정] 10화. 차오를 때까지 뜨겁게 불을 지펴서는 안된다

by 일상라빛


적막함

고요함

이 좋다.


온전히 나만의 공간

온전한 나만의 시간

인 듯

소파에 널부러져 마시는

달달한 유자차 만큼이나

달콤하다


발가락만 까딱.

안하고 싶다.

아.무.것.도.


2017.12.23 새콩이 낮잠 시간.. 거실 소파에서







사람들은 의외로 단순한 것으로부터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낀다. 주말에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소파에 벌렁 드러누워 있는 시간. 따스한 햇살을 온몸으로 흡수하며 갓 내린 원두커피 한 잔을 음미하는 시간. 아이와 함께 지만 1미터 남짓 혼자 있는 나만의 공간. 이대로 멈추었으면 하는 시공간들이다.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다 보면 이러한 사소하지만 절박한 시간이 그립고도 사무친다. 친구 엄마와 공동육아를 하기로 한 첫날. 밖은 너무 춥고 아이는 침대인 양 카시트에서 곤히 자고 있다. 마트 주차장 차 안에서 장 보느라 얼어붙은 몸을 녹이기 위해 손을 비빈다. 고민 끝에 커피 한잔을 재빨리 사들고 와 홀짝거리며 라디오 주파수를 돌리고 있다. 따뜻한 햇살이 차 안을 흡수한다. 자연은 위대하다. 따스한 모든 것들에 굶주린 이 겨울. 급히 양지를 향해 차를 세웠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정수리가 따가울 정도로 온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추운 겨울을 차 안에서 이기는 방법. 뜨거운 커피와 햇빛. 두 가지면 족하다.


커피의 온기인지 순간의 행복인지 온몸이 노곤하다.

'그래. 이런 시간이 필요해.'

'홀짝'




얼마 전 산후우울증으로 공황장애까지 온 지인이 숨겨진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가족의 도움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후 증세가 호전되고 있다고 했다.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내 일이기도 했기에 심장이 아팠다. 갑자기 ‘불화’가 치밀었다.


왜 ‘나’라는 사람이 파괴 직전까지 함몰되고 난 후 에야 사회적 관심과 도움이 이루어지는 것인가?! 현실이 답답했다. ‘지이익!’ 목까지 올려졌던 지퍼를 내렸다. 하마터면 커피를 쏟을 뻔했다. 가득 차 있던 뜨거운 커피가 손등을 데었다. ‘앗!!’ 육아는 이런 상태가 되어서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함께하는 것이다.


차오를 때까지 뜨겁게 불을 지펴서는 안 된다. 적정온도가 넘칠 때면 찬물을 부어 식혀주어야 한다. 국수를 삶을 때 가장 쫄깃한 면발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뜨거운 순간에 찬물을 부어준다. 찬물을 부어주는 타이밍, 그것이 육아의 핵심이다. 찬물, 그것은 개인마다 다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적막한 나만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외롭지만 자유로운 시공간을 통해 열기를 식히는 것이 육아에는 진심 필요하다. 개인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가족과 사회의 노력도 필요하다. 임신부터 출산, 육아에 이르기까지 온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제도와 협력하여 동반하는 시스템이어야만 한다. 남의 아이 기르는데 무슨 그런 힘을 쓰냐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이 사회, 이 나라, 이 지구촌의 귀한 생명이다. 우리 모두는 책임이 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인디언 속담처럼 말이다. 선한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이제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한다. 선한 영향력은 선순환에서 시작한다.


하교 길 무거운 책가방에 어깨가 축 처진 아이를 보면 가서 들어주어야 하는 이유이다. 혼자 힘겹게 장바구니를 들고 유모차를 미는 애처로운 손을 맞잡아 함께 밀어주어야 하는 배려이다. 내 일이 아닌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우리 모두의 일이다. 그것이 어른으로서, 이웃으로서, 가족으로서 행해야 할 의무이자 함께 더불어 사는 진짜 어른인 것이다. 그러므로 아빠, 할머니, 언니, 조카, 동네 이모, 삼촌, 오빠 모두 육아에 힘을 보태자. 새끼손가락의 힘이라도 도와주자. 육아에 지친 누군가에게는 큰 산 같은 도움이 될 것이다.




2018년 2월 6일

육아라는 스팀 뚜껑에 찬물을 붓고 열기를 식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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