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맛. 육아의 고수

[식탁 위 어른감정] 제11화. 너란아이, 참 어렵다.

by 일상라빛
18.jpg 너란 아이




자다가도 느닷없이 울고 (깻으니 안아줘)

밥 먹다가도 갑자기 울고 (그만 먹을래)

놀다가도 달려와 울고 (안아줘)

울다 멈추었다가도 다시 울고 (아직 다 안울었어)

이모한테 먼저 다가가더니 울고 (아는 척은 하지마)

분유 먹다가 울고 (먹고 있는데도 배고파)

분명 방금 전 까지 까르르 웃었는데도 울고 (졸려)


너란 아이

참... 어렵다.





깨우침이란, 어렵고 복잡한 경지가 아닙니다. 내가 평범한 사람이란 사실이 편안하고 유쾌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_CBS 변상욱 기자, <우리 이렇게 살자>



육아의 고수(高手)




바둑에서 수가 높은 사람을 고수(高手)라 부른다. 육아에서 ‘고수’가 존재한다. 아이가 어떤 발광을 해도 ‘그러려니…’하고 담대히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다. 육아 8개월차. 이제 좀 알겠다고 자신하는 순간 리셋버튼이 켜졌다. 완벽하다 싶을 때 ‘또 다시 시작’ 일 때가 많다. 잘 먹던 이유식을 어느 날 갑자기 울며 안 먹을 때가 오고, 자다가 느닷없이 울어댈 때가 오고, 똑 같은 패턴 동일한 일상인데도 어느 날은 유달리 보챌 때가 있고, 백옥같던 피부에 어느 날 보니 뾰루지가 올라오기도 한다.


육아 18개월차. 이번엔 적신호다. 아이의 짜증이 극에 달했다. 신발신다가 울고, 옷입다가 울고, 밥먹다가 울고, 머리묵다가 울고... 마음에 안드는 것 투성이었다. 고비를 넘겼다 싶으면 미운 4살, 미운 7살, 중2병. 육아에서 완전수는 없다.


‘오늘 얘가 왜 이럴까?’


그럴 땐 힘들게 하는 아이를 보며 뭐가 문제인지 고민한다. 혼비백산 걱정이 산으로 올라 갈 때도 있다. 그런데 희한한 건 그냥 가만히 놔두면, 몇일 지켜봐 주면 다시 괜찮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호들갑 떨며 걱정할수록 아이는 정말 걱정거리가 된다.


‘그러려니, 괜찮아 지겠거니’


무심한 듯 세심하게 마음에 사랑 연고를 발라주면 어느새 어느 날 다시 괜찮은 날이 오더라. 몇일 후, 몇 주 후, 몇 달 후 다시 시작, 리셋 버튼이 켜져도 동요하지 않는 자세가 부모에게 필요하다. 적신호가 켜지는 그 날이 올 거라는 걸 아는 것, 극성맞게 굴지 않는 것, 담대히 몸과 마음으로 견뎌내는 사람이 그러니까 참 대단한 엄마이자, 육아에서 ‘고수’란 사람이었다.


**


육아란, 그냥 그런거다. 우리 애가 별나서도 순해서도 아니다. 우리가 살면서 슬픈 날도 있고, 화창한 날씨따라 기분 좋은 날도 있고, 때로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는가 하면 늘 보던 거리 풍경이 색 다르게 보여 마음이 설레는 날도 있다. 늘 슬픈 날도 늘 행복한 날도 없다. 내 몸과 마음의 상태가 다르듯 내 아이도 나와 같지 않겠는가? 매일 놀던 장난감이 실증 날 때가 있고, 그래서 간혹 집어던지고 싶은 순간도 있을 것이다. 순간 '에이씨'를 뱉는 것과 같다.


‘그 날이구나, 실증이 나는구나’


하고 그냥 넘겨본다. 매일보는 엄마 얼굴도 보고싶어 우는 것이 '아이'란 존재아닌가! 잘 놀다가 갑자기 울며 뛰어와 품에 안기더라도, 졸려서 울고, 배고파서 울고, 짜증나도 울고해도 ‘그렇구나’하고 토닥여주다보면 언젠간 ‘엄마, 배고파요’하고 얼굴보며 말하는 ‘그 날’이 오지 않겠는가. 어쩌면 '아이'가 ‘엄마’를 만드는 것인지지도 모른다.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한 필수 과정. 그것이 엄마란 존재라고 스스로 마음을 다독여본다.





2017.11.22

아직 중수인, 하수는 아니라 자부하며, 고수로 가는 중 어느 날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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