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의외로 단순한 것으로부터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낀다. 주말에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소파에 벌렁 드러누워 있는 시간. 따스한 햇살을 온몸으로 흡수하며 갓 내린 원두커피 한 잔을 음미하는 시간. 아이와 함께 지만 1미터 남짓 혼자 있는 나만의 공간. 이대로 멈추었으면 하는 시공간들이다.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다 보면 이러한 사소하지만 절박한 시간이 그립고도 사무친다. 친구 엄마와 공동육아를 하기로 한 첫날. 밖은 너무 춥고 아이는 침대인 양 카시트에서 곤히 자고 있다. 마트 주차장 차 안에서 장 보느라 얼어붙은 몸을 녹이기 위해 손을 비빈다. 고민 끝에 커피 한잔을 재빨리 사들고 와 홀짝거리며 라디오 주파수를 돌리고 있다. 따뜻한 햇살이 차 안을 흡수한다. 자연은 위대하다. 따스한 모든 것들에 굶주린 이 겨울. 급히 양지를 향해 차를 세웠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정수리가 따가울 정도로 온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추운 겨울을 차 안에서 이기는 방법. 뜨거운 커피와 햇빛. 두 가지면 족하다.
커피의 온기인지 순간의 행복인지 온몸이 노곤하다.
'그래. 이런 시간이 필요해.'
'홀짝'
얼마 전 산후우울증으로 공황장애까지 온 지인이 숨겨진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가족의 도움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후 증세가 호전되고 있다고 했다.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내 일이기도 했기에 심장이 아팠다. 갑자기 ‘불화’가 치밀었다.
왜 ‘나’라는 사람이 파괴 직전까지 함몰되고 난 후 에야 사회적 관심과 도움이 이루어지는 것인가?! 현실이 답답했다. ‘지이익!’ 목까지 올려졌던 지퍼를 내렸다. 하마터면 커피를 쏟을 뻔했다. 가득 차 있던 뜨거운 커피가 손등을 데었다. ‘앗!!’ 육아는 이런 상태가 되어서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함께하는 것이다.
차오를 때까지 뜨겁게 불을 지펴서는 안 된다. 적정온도가 넘칠 때면 찬물을 부어 식혀주어야 한다. 국수를 삶을 때 가장 쫄깃한 면발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뜨거운 순간에 찬물을 부어준다. 찬물을 부어주는 타이밍, 그것이 육아의 핵심이다. 찬물, 그것은 개인마다 다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적막한 나만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외롭지만 자유로운 시공간을 통해 열기를 식히는 것이 육아에는 진심 필요하다. 개인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가족과 사회의 노력도 필요하다. 임신부터 출산, 육아에 이르기까지 온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제도와 협력하여 동반하는 시스템이어야만 한다. 남의 아이 기르는데 무슨 그런 힘을 쓰냐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이 사회, 이 나라, 이 지구촌의 귀한 생명이다. 우리 모두는 책임이 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인디언 속담처럼 말이다. 선한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이제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한다. 선한 영향력은 선순환에서 시작한다.
하교 길 무거운 책가방에 어깨가 축 처진 아이를 보면 가서 들어주어야 하는 이유이다. 혼자 힘겹게 장바구니를 들고 유모차를 미는 애처로운 손을 맞잡아 함께 밀어주어야 하는 배려이다. 내 일이 아닌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우리 모두의 일이다. 그것이 어른으로서, 이웃으로서, 가족으로서 행해야 할 의무이자 함께 더불어 사는 진짜 어른인 것이다. 그러므로 아빠, 할머니, 언니, 조카, 동네 이모, 삼촌, 오빠 모두 육아에 힘을 보태자. 새끼손가락의 힘이라도 도와주자. 육아에 지친 누군가에게는 큰 산 같은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