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이는 때를 쓰지 않았다.
오늘 아이는 때를 쓰지 않았다. 다만, 사탕과 비타민을 원하는 대로 먹었을 뿐이다.
그동안 새콩에게 엄격했던 게 아닐까 돌아보게 되었다. 계기는 오늘 아이의 행동 변화였다. 변화의 원인은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하게 두는 것이었다. 아이가 어제 점심부터 감기 기운으로 밥을 잘 안 먹었다. 코와 목감기 초기. 하루 일과 시작 전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았다. 늘 그렇듯 약국에서 장난감 딸린 비타민을 사주었다. 며칠 전부터 뽀로로를 원했기에 인심 쓴 것부터 시작이었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약 먹고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비타민도 먹고 어느새 사탕까지 하나 물었다. 아이는 당 충전이 되었는지 창밖을 감상하며 즐기는 듯했다. 행복해 보였고 '세상 애틋한 목소리와 눈빛으로 엄마'를 불렀다. 엄마 미소가 지어졌다.
지인과 식사자리에서 낮잠에서 깬 새콩은 돈가스를 조금 먹었고, 1살 위 오빠와 비타민도 나누어 먹고 뽀로로 팽이도 돌리며 함께 놀았다. 성산 아쿠아 월드로 자리를 옮겨 비타민을 또 나누어 먹었고, 아빠가 준비한 물방울 총에서 나오는 음악에 흥얼거리며 노래도 불렀다. 잠시, 오빠가 총을 뺏어가자 '내 거야!!!.' 돌고래 소리 발사하며 주저앉기도 했지만 원하는 것을 다 이룬 오후였다.
표선 해수욕장에서 텐트 치고 솔방울로 요리도 하고, 백사장에서 모래놀이도 했다. '안돼. 하지 마.' 엄마의 외침도 화난 모습도 없었다. 엄마 마음에 평화가 흘렀다. 흙돼지 오겹살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물놀이 후 밥은 역시 진리요 꿀맛인지 새콩도 밥을 잘 먹었다. 후식으로 금귤까지 알차게 먹었다. 엄마도 배부르게 먹었다. 집으로 귀가하는 차 안에서 책을 읽어 달라고 했다. 평소 같았음 피곤해서 대충 읽었을 것인데, 이상하게 오늘은 나긋한 목소리가 나왔고 진심을 다해 읽어줬다. 새콩도 엄마도 호수에 온 듯 잔잔했다. 집에 도착. 샤워 후 옷을 안 입겠다 도망가긴 했지만 '이리 와' 불호령은 없었다. 경고 메시지 한 번에 안아 올려 입히는 것으로 끝났다. 씻고 나와 소파에 누워 스티커 놀이를 했다. '이건 뭐지?' '어흥이. 기린. 말' 곧이어 우유 먹고 취침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스트레스는 없었다.
사랑의 비타민을 먹었을 뿐이다.
하루를 되돌아보면, 참 여유롭고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오늘 아이는 때를 쓰지 않았다. 드러누워 울지도 않았다. 한번 얘기하면 알아듣고 포기할 줄도 알았다. 양치도 잘 협조했다. 다만, 사탕과 비타민을 원하는 대로 먹었을 뿐이다. 아이가 밥을 먹지 않는다고 비난하지 않았다. 경고는 했지만 화는 내지 않았다. 화가 없었기에 스트레스도 없었고 내 감정을 아이에게 쏟아붓지도 않았다. 다만, 울 땐 잠시 내버려 두었다. 울음이 그치면 안 되는 이유를 재차 설명하고 안아주었다.
사탕 하나 더 먹는다고 큰 일 나지 않는다. 바로 양치하면 된다. 한두 끼 밥 안 먹는다고 큰 일 나지 않는다.
변비약 먹고 대신 과일. 간식. 주전부리라도 배 채우면 그만이다. 어른도 밥 먹기 싫을 때 있고, 입맛 없을 때 있고, 밥 대신 다른 걸로 한 끼 때울 때 많지 않은가. 왜 엄마 자신에겐 너그럽고, 아이에겐 그토록 강요와 집착, 강제적인가?! 아이도 당 충전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럴 땐 비타민을 마음껏 퍼주자.
새콩이는 그동안 엄마의 ‘안돼!’라는 거절에 상처를 입었다. 어른에게도 거절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감정임이 명백하다. 그것은 이내 '엄마의 화내는 감정'으로 느껴졌고 불만과 스트레스가 쌓였던 것이 아닐까? 단지 내 아이가 고집 있고 울며 때 쓴다고 치부하고, 엄마 말 무시하기로 단정 지어 맞대응했던 것이 짜증을 돋우는 행동이 아니었을까? 그래. 맞아. 어쩌면 그것은 결핍일지도 모른다. 비타민을 건네주는 사랑의 손길을 갈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럴 땐 사탕이 아닌 사랑의 비타민으로 마사지 해주자.
2019년 5월 3일
사탕이 아닌 사랑의 비타민이 필요해.
오늘이 평화로웠던 이유는
네가 잘 웃고 잘 놀아서가 아니다.
엄마가 하던 일을 멈추고
너와 눈 맞추고
너와 함께 호흡하며
너의 곁에 함께해서 임을 알았단다.
내려놓음이란,
함께하는 것이다.
내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너를 안아주는 것이다.
2017.11.17
거실 식탁에서 그림일기 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