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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기획자 Oct 30. 2022

기획한 내용을 기획서로 바꾸는 방법

기가 막힌 생각을 기획서로 보여주려면

내 주변에는 말은 청산유수인데 글로 쓰라고 하면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글로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훨씬 쉬운 편이다. 아무래도 말하는 것이 쉬운 이유는 말하는 빈도가 많았기 때문이고, 글 쓰는 게 쉬운 이유는 활자를 보고 쓰는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기획한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도 경험의 양에 따라 능숙도가 달라진다. 누군가는 기획서가 없어도 말로 전달하길 잘하고, 누군가는 만인이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기획서로 정리하는 일을 잘한다. 그만큼 각 기획자 별로 경험한 내용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아, 나는 기획한 것을 기획서로 표현하는 게 잘 안돼.'


이런 생각을 한다면 당연하게도 상대적으로 머릿속의 생각을 종이에 표현하는 경험이 부족해서일 확률이 높다. 못하는 게 아니라 경험이 부족한 것이다. 본인에게 맞는 표현방식을 찾아 경험의 양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활자로 된 기획서를 만들고 싶다면 당연하게도 활자 형태의 기획서를 많이 보고, 많이 써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어찌보면 책 한권도 기획을 실현한 결과물이 아닐까 :), in 포르투갈의 예쁜 서점


어떻게 하면 하얀 종이 위에 내 기획안을 옮길 수 있을까?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글자는 말에 비해 상대적으로 표정, 음색, 톤 변화를 느끼기가 어렵다. 간절한 마음, 고달픈 마음은 얼굴 표정에서 금방 드러나지만 기획서의 흰 종이에선 묻어나기가 어렵다. 대신 쓰인 그대로 명확한 사실만을 놓고 전달할 수 있다.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현안을 전달할 수 있다. 


전달하는 사람이 내용을 어설프게 알고 있으면 글에선 금방 티가 난다. 쓸 말도 없고 앞뒤 맥락이 연결되지 않아 논리적으로 어색하기 때문이다. 감정에 호소하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먼저 '기획서'로 전달하고 싶다면 전달자가 정확히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한다.    

 

스페인의 흥미로운 서점, (큐레이션이 독특해 시간 가는줄 몰랐다는...)


기획한 내용을 기획서로 바꾸기 위해서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해야 한다. 

전달자가 내용 파악이 되었다면 주장하는 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들을 풍부하게 갖고 있어야 한다. 사격을 위해 총알을 준비하듯 자료를 채굴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의 주장에 맞춰 그 자료들을 재배치해 설득력을 높이는 작업들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전달자가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면 자료 수집이 한결 쉬워질 수 있다. 이미 다른 이가 고민한 기획서들을 보고 필요한 자료가 있다면 과감히 넣고 빼고의 짜깁기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이 미리 고민한 작업들은 기획서를 작성하는 데 있어 시간을 크게 단축시켜준다. 그래서 본인이 생각하는 주장을 뒷받침해줄 만한 근거의 자료라면 최대한 많이 자료를 모아 놓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다음 아무 연습장이나 꺼내놓고 본인만 알 수 있게 주장하는 부분과 어떤 보조자료를 넣을지를 대략 구상해보는 것이다. 


스페인의 한 도서관 :)


정리한 내용을 서론, 본론, 결론으로 묶는다. 그런 다음 보여주는 형식에 맞춰 어레인지를 해야 한다. 

글 형태로 작성하면 서론, 본론, 결론이 나온다. 아래 한 줄만 작성해도 '배경'은 서론이 되고, '설루션'이 본론, '이것이 좋다.'가 결론이 되는 셈이다. 

'배경이 이래서 나는 이런 설루션을 생각했고, 그럼 이것이 좋을 것이다. '


본인이 생각한 주제에 맞춰 서론, 본론, 결론에 맞춰 묶어주는 작업까지 진행한다면 전체적인 기획서의 골격이 나오는 셈이다. 이제야 비로소 기획서의 양식으로 옮길 수 있는 형태가 된다. 기획서에 대략적으로 서론 본론 결론에 맞춰 키 메시지를 넣어주면 전체적 구성도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은 텍스트보다 이미지에 강하다. 이미지를 가급적 많이 활용하면 할수록 각인이 잘 된다. 

여기까지 진행되었다면 기획서의 큰 틀은 갖춰진 셈이다. 생각하는 보조 자료들을 충분히 넣어주면 된다. 사람들을 텍스트보다 이미지를 훨씬 쉽게 인식한다. 가급적 텍스트를 표현하다가도 '표'로 넣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도형으로 구조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를 생각해보는 게 중요하다. 참고할 수 있는 레퍼런스가 필요하다면 핀터레스트(Pinterest)에 '백서', '피피티 디자인' 등으로 검색해보면 된다. 




나는 내 또래들하고만 대화를 해서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어려웠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낯설었다. 그런데 회사에 입사해보니 모두 나보다 최소 8살 이상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늘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심리적 부담이 사라졌다. 기획한 내용을 기획서로 바꾼다는 것은 생각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맥락과 유사하다. 내 생각을 차분히 표현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부담감을 줄여야만 쉽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남편까지도 나보다 나이가 많다 보니 뭐 이제 연장자 <?> 대화에 대한 부담이 아예 없다. 그냥 똑같은 친구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10년간 기획서만 본 나도 가끔은 어떻게 스토리를 잡을지 어려울 때가 많지만 오늘도 하얀 종이의 기획서를 대고 주문을 외쳐본다. 


'편하게 내 주장이 담긴 편지를 담아줄게. 기획서야 우린 제법 친한 사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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