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진영이를 보자. 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고 늘 소꿉놀이를 하다 친구를 때리는가 하면 아주 쉽게 토라지고 너무 자주 운다는 이유로 담당 선생님은 반기지 않는 돌봄 2반 아이다. 진영이와 소꿉놀이를 하면 한 시간 내내 열정적으로 해주어야 한다. 난 처음엔 앉아서 놀아주다 나중에 가면 드러누워 힘아리 없이 강아지 역할이나 맡는다.
정신 없이 돌아가는 급식 시간. 진영이는 천천히 밥을 먹었다. 스물 댓명의 식판 나르랴 (1학년들은 식판을 잘 들지 못해 선생님이 대부분 받쳐주어야 한다) 아이들 자리에 앉히랴 땀이 나고 있던 나를 진영이가 불렀다.
“선생님, 여기 토끼 있어요. 귀여워.”
“무슨 토끼?”
진영이가 젓가락에 꽂은 사과를 들어보였다. 씨를 뺀 사과 껍질 모양이 토끼 귀처럼 생겼다. 진영이는 사과를 흔들며 토끼 목소리를 냈다가 말을 걸었다 한다. 그래. 보기 좋네. 토끼고 뭐고 내 속내는 진영이가 밥을 빨리 먹어 주었으면 좋겠다.
잔반을 버리느냐 다 먹느냐를 두고 아이들과 세 번씩 실랑이를 하고, 잔반을 정리하고 남은 아이들을 재촉한다. 그때까지도 진영이는 사과만 빼고 다 먹었다. 난 열심히 진영이를 재촉했다.
“어서 먹자. 어서~ 급식실 선생님이 우리 급식차만 기다리고 있어요~”
다른 반으로 가서 굳건히 마지막까지 남은 불퉁한 아이들을 재촉한 뒤 다시 교실로 돌아오니 진영이가 으앙 울고 있다. 젓가락을 번쩍 들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어서 난 당황했다.
“왜 울어?”
“선생님, 토끼 갔어요 토끼 이제 없어요...”
젓가락에는 진영이가 한 입 먹은 사과가 꽃혀 있다. 진영이는 입 안에 사과를 열심히 씹으면서 토끼 이제 없다고 운다. 그러면서 어차피 한 입 먹은 거 먹기는 또 잘 먹는다.
“토끼는 진영이 뱃속에서 행복할 거야. 얼른 치우자.”
울기도 해야 하고 사과도 먹어야 하고 식판도 치워야 하고 1학년 진영이는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