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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휴직의 이유

by 도도진

일은 싫지 않았으나 일이 많은 것은 싫었다.


일은 때때로 재미있었다.

기획이나 행사 관련 업무보다

세무는 정답이 있어서 깔끔했다.


법을 해석해서 세금 부과 대상이 맞는지를 따지는 업무를 보면서

어떻게든 정답을 도출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이럴 거면 변호사 공부를 했지.'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라는 생각으로 공무를 월급과 비교해 저울질하기도 했다.


고난도의 업무를 육아와 병행하기엔 힘에 부쳤다.


번아웃이 왔다.

고통을 없애고 싶었다.

고통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약함을 핑계삼았다. 현실을 외면했다. 그렇게 휴직을 했다.


육아와 집안일

어느 하나 내려놓지 못하고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아이에게 좀 소홀하면 아프고 일에 조금 소홀하면

뒤처리로 골머리가 썩었다.

그것들이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내려놓음으로써 후폭풍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면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

완벽하게 한다고 해도 빈 틈이 있게 마련이고

내려놓는다고 해서 큰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몰랐다.


고통의 원인을 없애서 해결되었는가.

일정 부분 그렇다.


반대로 다른 고통도 생겨났다.

고통의 종류는 상관이 없다.

크기가 문제다.


고통의 크기를 줄이는 건 나에게 달렸다.


해야 하는 무언가를 하기 싫다고 해서 안 할 수도 없는 나이다.


고통은 받아들이는 것이다.

매일이 고통스럽더라도 그 속에서 행복을 찾으면 된다.

그러면 잘 사는 삶이다.


고통의 종류는 다양하고,

평생 지속되는 고통은 없다.


그 희망으로 살아간다.

고통 뒤엔 더 나은 내가 되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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