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휴직 중인 엄마의 일상 - 오후 루틴
1. 점심은 간단히
'아, 일 안 한다면 채소가 들어간 몸에 좋은 브런치 만들어서 우아하게 먹어야지~'
는 개뿔.
귀차니즘을 달고 사는 나는 막상 휴직을 하고 나니
간편식으로 점심을 적당히 때우고 있다.
냉동 볶음밥이나 아침에 아이 주고 남은 밥, 빵 같은 걸 먹는다.
어떨 때는 제육볶음 같은 저녁 메뉴를 미리 만들어 점심 때도 먹는다.
하루에 같은 메뉴를 여러 번 먹어도 상관없는 나로서는
요리 시간 절약을 위한 기가 막히게 좋은 아이디어이다.
오늘은 아침에 유부초밥이었다.
소비기한이 다 되어가는 것을 보고 후딱 먹어버렸다.
집에 있으니 채소, 냉장식품 등 식재료의 소비기한 관리가 잘 되어 그때그때 처리한다.
음식이 버려지지 않고 비워지는 냉장고를 보면 마음도 뿌듯해진다.
일할 때는 무슨 보상심리 때문인지 주말에 잔뜩 장을 봐두고는
식재료 관리가 어려워서 많이 버렸는데 그때는 마음이 영 좋지 않았다.
요즘은 냉장고 문에 재고를 적어두고 계속 업데이트하며
제때 소비하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2. TV 보며 빨래 개는 것이 낙
출퇴근을 포함해 하루 8~10시간을 집 밖에서 보냈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시간적 여유가 많다.
시간이 많다고 생각해 느긋하게 집안일을 하거나
'조금 쉬어야지.' 하고 TV를 틀고 누우면 벌써 4시 하원시간이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하원시간이야.' 이런 말이 튀어나온다.
하루를 보람되게 보내기 위해서 정한 원칙은 빨래 갤 때와 밥 먹을 때만 TV를 켜는 것이다.
그냥 TV를 보면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든다.
빨래라도 개면서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을 본다.
빨래를 다 개고 밥을 다 먹으면 TV도 끈다.
운동 다음으로 잡생각 없이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3. 1일 1 외출
'1일 1 외출'은 휴직기간에 내가 지키려고 한 약속 중 하나다.
가벼운 산책이라도 밖에 한 번은 나가야
하루가 지루하지 않고
저녁 육아를 기분 좋게 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우울감 또한 사라진다.
불안감 때문에 생긴 나쁜 습관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을 찾아갔을 때
해주신 말씀이 산책을 꼭 하라는 것이었다.
회사 다닐 때 점심시간에라도 짬을 내서 걸었어야 하는데
며칠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 시간마저 아까워 불 꺼진 사무실에서 일을 했었다.
야근은 아이가 눈에 밟혀서 하기 싫었기에...
점심에 걷는 것을 잘 지켰으면 회사 생활을 조금 더 오래 버틸 수 있었을까.
아니, 점심때 걷는 것조차 용기였었지. 더 이상 낼 용기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일 핑계로 못한 산책을 지금은 의무적으로라도 하려고 한다.
가족을 돌볼 시간이 부족해서 일을 잠시 쉬는 건데 휴직한 보람이 없으면 안 되잖아?
4. 좋아하는 일에 시간 내기
주어진 것만 하는 데에 시간을 보내면 회사 생활 쳇바퀴와 집안일 쳇바퀴 다를 것이 없다.
혼자라 더 우울해질 뿐이다.
요즘은 좋아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하려고 노력한다.
집 정리를 하고
서점과 도서관에 가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요리도 하고
가계부도 쓰고
독서모임도 참여한다.
언젠가 알바도 해보고 싶다.
하루가 너무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