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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6살이 되던 해, 남은 육아휴직을 탈탈 털었다.

초등학교 갈 때는 어떡하려고?

by 도도진

아이가 5살이 끝나갈 무렵


나는 두번째 육아휴직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공무원은 3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데

보통은 아이 낳을 때 2년 정도 쓰고

초등학교 들어갈 때 적응을 돕기 위해 남은 1년을 쓴다.


6살인데 휴직 낸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초등학교 들어가면 어떡하려고?


나도 모르겠다.


"시터를 고용하든지, 일하시는 시어머니께는 부탁을 못 드리니

친정 엄마께 빌어봐야죠."


면직(사직) 생각도 있어서 그저 면피용 대답이었다.


그냥 지르자.



공무원이면 아이 키우기도 좋은 환경임엔 틀림없고

하루에 2시간 단축 근무도 가능하고

연차도 쓰기 편한데 왜 나는 휴직을 쓴 걸까.


아이가 자주 아팠다.

어린이집에서 유행하는 전염병은 거의 다 옮아왔다.

그러다 어린이집 친구의 동생이 폐렴으로 입원했는데

그 친구를 어린이집에 보내서

우리 아이가 감염이 되고 말았다. 그것도 내 아이만.


아이 둘 있는 집의 상황은 어떤지 모르지만

전업 주부이면서 동생이 입원했으면 형제도 안 보내야 하는 거 아닌가.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나도 일하느라 밥도 잘 못 챙겨주고 잠도 충분히 못 재우고

하다 못해 영양제 같은 것도 먹일 생각을 못했다.


잠을 충분히 자야 덜 아프다는 것도 휴직하고서야 알았다.


아이가 아프면 나는 비상이다.

연차를 쓸 수 없는 남편 대신 내가 연차를 쓰는 게 당연했고

내가 바빠서 못 쓰거나 며칠 연달아 쓸 수는 없으니 친정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내가 연차를 쓸 수 있고 엄마가 도와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맙다기 보다는 화가 났다.


틀어지는 일정들.

상사나 동료들에게 눈치도 보이고

엄마에게 부탁하는 것도 눈치 보이고

일은 쌓여가고

스트레스는 해소가 안 되고..


내 스스로를 돌봐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나를 돌볼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다는 건 핑계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 수도 없이 고민했다.



몇 차례 계속된 입원 때마다 아동병원 입원실에서 퇴사를 고민했다.


일도 민폐끼치지 않을 정도로 하고

누구의 도움없이 내 손으로 아이를 키우는 건 내 능력치를 벗어난 일이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내 가랑이가 찢어질 판이었다.

마음은 항상 무언가에 쫓긴 듯 불안했고

항상 120%를 해내야 했기에 앞만보고 달려야 했다.


집안일도 육아도 일도 다 내 손으로 하려는 욕심이었다.

하나를 제대로 하고 싶다면 나머지 하나는 놓아야만 했다.


그게 일이었다.



유튜브에서도 어디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좋은 면을 보고

감사할 줄 알라고 하는데

그게 정말 어려웠다. 내 맘이 내 맘대로 안 되더라.



그저 내가 원한 건

여유로운 시간,

가족들이 먹을 따뜻한 밥을 만드는 것,

단정한 집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생존하는 데 필요한 돈 그 이상은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아이를 낳고 했던 첫번째 육아휴직 때는 육아가 마냥 귀찮고 힘들기만 했다.

그 때의 내 인생 우선순위는 아이보다 돈이었던 것 같다.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었고 지긋지긋하게 반복되는 육아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일터로 도망치듯 뛰어들었다.



일을 내려놓는 다는 건 엄청난 용기였다.


소득의 반토막을 감당해야하고

만약 일터로 복귀하게 된다면 또 다시 적응해야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복귀 안한다면 경력이 단절된다.


아이가 커서 이제는 나의 손보다 돈을 더 필요로 할 때

맨땅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한다.


그럼에도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지금 현재

나는 아이랑 더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는 9개월에 낳았다.

7개월 쯤에 아이가 벌써 나올 기미가 보임에도 꾸역꾸역 일을 다니다가

8개월이 되어서 조산 방지를 위한 입원을 하게 되었고

1달 정도 병실에서 누워만 있다가 낳았다.

그래서 그런지 폐가 약한 것 같고 내 잘못인 것 같았다.


일이 뭐라고 놓지를 못해서 아이를 힘들게 한 것 같고

낳아서도 제대로 챙겨주지를 못해서 아프게 만드는 것 같았다.

아이가 우선이라고 하면서도 일을 놓지 못하는 내가 답답했다.


다시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기 싫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내 마음이 말해준다.


마음을 따라서 결정하면 후회는 남지 않는다.


남더라도 어쩔 수 없고


후회를 안하도록 내가 노력할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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