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이라면 한 번쯤은 사원증을 목에 걸고 커피를 손에 든 채 걸어 다니는 직장인을 동경할 것이다.
나도 얼마나 간절했던지 한번은 꿈에 나온 적도 있었다.
햇살이 비치는 어느 사무실 한쪽에 넓은 회의 책상이 있었다. 나도 회사원으로서 회의에 참석하는 모습을 보니 꿈이 실현된 듯 설렜다.
공무원이 되고 나면 자부심이 대단할 것 같았지만 별다를 것 없는 수많은 직업 중 하나라는 것과,
갑질은커녕 어떤 경우에도 친절해야 하는 감정 노동자일 뿐임을 이 조직에 속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아이가 6세쯤 되니 일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엄마들도 보인다.
아르바이트도 그렇고 아이 일정에 맞는 직장을 구하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서, 휴직 후 돌아갈 곳이 있는 걸 부러워한다.
일할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잘 알지만, 출근해서 스트레스받을 걸 생각하면 그대들이 더 부러울 때도 있다.
병원가는 길이었다. 평일 낮의, 회사가 밀집된 한식 식당 안은 무채색의 옷을 입은 남녀 직장인들로 북적북적했다. 정확히 11시 30분쯤 부터 몰려들어 식사를 한다. 근처 스타벅스에는 직장인 무리가 들어와 카페가 활기를 띈다. 12시 50분쯤이면 홀연히 사라지는 그들.
반면, 동네 엄마들이랑 장을 본 후 브런치를 먹으러간 적이 있었다. 거기는 여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엄마들부터 중년 아주머니들까지.
수다로 가득했던 그곳은 직장인들의 차분한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점심시간에 여유롭게 브런치를 먹는 게 소원이었는데,
막상 휴직을 해보니 매일 비싼 브런치를 먹는 것이 아니라 벼르고 별러서 가는 것이었고,
보통은 전날 먹고 남은 밥으로 혼자 해결하거나, 스스로 챙겨 먹는 것마저 힘에 부칠 땐 라면이나 컵밥으로 때운다.
‘신선한 재료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어야지.’ 하던 의지는 대체 어디로 갔는지. 등원시키고 운동이나 집안일을 하고 나면 퍼져버려 점심 끼니를 제대로 챙기기가 힘들다. 직장에선 매끼 건강한 점심을 먹었었는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왜 항상 먼 곳에 있는 것을 동경하게 되는 걸까.
갖고 있는 것의 소중함은 까맣게 잊어버린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