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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부모님의 사랑

by 도도진



새벽 3시


주황빛이 감도는 까만 새벽을 말똥말똥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지 1달이 채 안 됐을 무렵이었습니다.

분유 먹이느라 깼다가 다시 잠들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었지요.

새벽의 1분, 1분을 꼼꼼히 느껴보았습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건너편 아파트의 불 켜진 창문을 바라보았습니다.

‘이 시간에 안 자고 뭐 하는 걸까? 일하는 걸까? 미처 불을 끄지 못한 걸까? 아니면 나처럼… 어린아이를 키우는 걸까.’ 하며 묘한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이렇듯 새벽을 깨우는 건 아마도 사랑의 힘인 듯합니다.

친정 엄마는 매일 같이 5시에 일어나 아빠와 두 딸에게 따뜻한 아침밥을 해 먹였습니다.

그 덕에 아빠는 속 든든히 힘든 일을 척척 해냈을 것입니다.

한창 예민하던 저의 고등학생 때는 늦잠 자서 시간도 없을뿐더러 입안이 까끌까끌해 밥을 안 먹겠다고 짜증 내기 일쑤였습니다.

그때 엄마는 사과라도 갈아주고 밥에 김을 싸서 책상 위에 올려두었지요.

학교 갈 준비를 하면서 사과주스를 들이켜면 그새 굳어진 사과주스는 물과 과육 층이 분리되어 있었지요.ㅎㅎ


엄마가 수십 년간 해온 행동들을 보고 자라다 보니 저도 신혼 때는 일찍 출근하는 남편에게 다름 아닌 사과를 깎아주었습니다.

지금도 가끔은 일찍 일어나 남편의 간단한 아침 거리를 챙겨줍니다.

사랑의 대물림일까요.

그 마음은 나의 꿀 같은 잠보다 가족을 더 사랑하는 마음임을 결혼하고,

엄마가 되어보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받은 사랑을 부모님께 되돌려 드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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