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수업에서 있었던 일
글쓰기 수업 첫날.
설레는 마음으로 강의실에 들어서니 바로 눈에 띄는 분이 계셨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수업을 들으러 온 수강생이셨습니다. 하얀 머리카락에 보라색 셔츠를 입고 밝은 미소를 지어주셨습니다. 일흔의 나이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 우아한 말투, 경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나이가 든다면 저렇게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몇 분이 알은체하는 걸 보니 꽤 유명하신 분인가 봅니다. 누구나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분야에서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부러웠습니다.
<자기만의 방>을 주제로 수업하던 날, 제가 꿈꾸는 방을 이렇게 정의했지요. 바람이 살살 불어와 커튼이 하늘하늘 흔들리고, 갈색 책상 위에 책과 커피가 놓여있습니다. 바로 옆에 놓인 책장에는 좋아하는 책이 한가득 꽂혀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그분께서는 내 집이 바로 그런 집이라고 한번 놀러 오라고 하시더군요.
그날이 가까워지자 설레는 마음으로 그분과 어울리는 차를 사두었습니다. 이끼가 살포시 앉은 잘 정돈된 마당이 중앙에 네모의 형태로 있고, 거실에는 꿈꾸던 방이 눈앞에 있었습니다. 오른쪽에서 뒤쪽 벽까지 이어진 책장에는 책이 가득 꽂혀있었습니다. 꽂을 자리가 없어서 위에 가로로 얹혀 있는 책까지 빈 곳이 없어 보였습니다. 빛바래고 손때 묻은 책들이 고고하게 느껴졌습니다.
집으로 오자마자 아이가 펼쳐보지 않는 책으로 가득한, 아이가 책을 좋아하길 바라는 욕망이 가득 담긴 책장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아이 책은 임시로 박스에 담아 두었고, 제 방에 쌓여있던 책을 거실의 텅 빈 책장으로 가져가 꽂았습니다.
밥 먹다가도 책장을 보게 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습니다.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꿈의 방이 반은 이루어진 셈입니다. 최 선생님 덕분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