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사랑으로 취급되나요?> 57

무너지는 날들 속에서

by 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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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 꿈



꿈을 꿨다. 아침에는 제법 생생해서 저녁이 돼서도 기억나겠거니, 했었는데 저녁이 되어 집에 오니 그가 나왔다는 것 외에는 뿌연 안개처럼 기억나지 않게 되었다.


그리운 기분이다.


확실한 것은 꿈에서는 지금 같은 사이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립고 그리운 예전처럼.


문득 그와 함께 했었던 추억들이 떠오르면서 너무나 아련하고 슬펐다. 더운 여름의 서늘하던 그의 시골 자취방 넓은 방바닥과, 비가 몰아치던 홈플러스 앞 이런 장면들이 문득문득 영화의 장면처럼 정지되어 떠오른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날들.


그에게는 이 날들이 어떤 의미었을지 지금에서야 궁금해진다.



6월 22일


정말 뜬금없이 그 사람이 오전 10시경, 카톡으로 16초짜리 음성녹음을 보내왔다. 잘 지내고 있냐며, 그냥 생각이 나서 음성메시지를 남겨본다고 한다. 나는 정말 큰소리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가끔 보면 당신은 진짜 이상하다고, 뜬금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행동한다고 말했더니, 그가 쿨하게 수긍했다.


기막히게도 그날은 넬 콘서트 티켓 예매날이었다. 바로 2시간 후면 티켓 예매가 시작인데, 바로 이때 연락을 해온 것이 놀라웠다. 그는 공연에 대해 아예 모르고 있었다. 얘기를 했더니, 와이프와 가고 싶어 한다고 대답했다. 나는 할인 카드가 있었기 때문에 예매를 해주기로 했다. 우리는 정말 오랜만에 열띤 대화를 했다. 날짜나 좌석위치, 가격 이런 것에 대해 의논해서 그가 원하는 자리를 잡아 주기로 했다. 우리가 공연날 서로 만날 수 있을까? 나는 내 사람과, 그는 그의 사람과 함께. 그것에 대해서는 내 마음이 뭔지 아직 알 수 없다.



6월


얼마 뒤. 그에게서 다시 연락이 온 이유는 콘서트 취소를 위해서였다. 그의 와이프가 내 얘기를 듣더니 보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의 난감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고, 나는 그럼 보지 말자고 쿨하게 대답했다.

역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 거였다. 우리는 아마 만나지 못할 것이다.



날짜가 기억나지 않는 어느 날


꿈을 꿨다.

우리는 처음 보는 어떤 곳에 와 있었다. 아파트가 있었는데, 그의 집 같았다. 나는 어째서인지 집 안에 그의 와이프가 있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와이프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밖으로 나와서 나와 만났다.

우리는 무슨 얘기를 나누었는지 모른다. 그저 함께 있었을 뿐이다. 어느 순간 나는 그의 집 안에 있었다. 초대받은 것 같았는데, 와이프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나는 꿈속에서도 그녀와 대화하려고 애를 썼다. 거실에 같이 앉아 뭔가를 주제 삼아 같이 대화를 했다. 그는 옆에 그저 가만히 있었다. 내내 초조하고 조바심에 견딜 수 없이 불안했다. 그 역시 마찬가지인 듯했다.

현관에서 그녀와 인사를 하고 나왔다. 그가 따라 나왔다. 우리는 무언가 대화를 나눈 것 같았다. 여전히 초조하고 불안했다.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눈을 떴다. 꿈에서 깼음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동시에 눈물이 났다.

정말이다. 죽는 날까지 우리는 단 한 번도 못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단 한 번도.


당연한 이치를 머리가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정말로 우리가 이제 다시 만날 수 없을 거라니, 믿을 수 없다. 이 미칠 듯한 그리움이 죽어야만 끝나는 거라니,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행복해지면, 좋은 사람을 만나면, 잊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가끔 가다 꿈에 잠깐 나오는 것 만으로 나는 대책 없이 무너져버린다.


연락할 수 없다. 연락할 길도 없다. 나는 미쳐버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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