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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 Feb 16. 2024

사건은 예상치 못한 순간 발생한다

3부 EP20. 차사고


   여느 날처럼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고 차에 탔다. 도로에서 우회전을 해서 골목으로 들어온 다음, 교차로를 지나는데 갑자기 눈앞에 파란색 다마스 한 대가 들이닥쳤다.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다마스와 부딪치고 말았다. 우지끈하며 금속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는 것 외에는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차를 멈춘 나는 일단 시동을 끄고 거의 기어 나오다시피 차에서 빠져나왔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눈물이 나도 모르게 쏟아졌다.

   다마스에 타고 있던 사람은 중년 아저씨로, 한숨을 쉬며 차에서 내리더니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보았다. 음식점에서 배달을 가던 중인데, 심지어 첫 출근일이었다고 한다. 나는 잠시 쭈그리고 앉아 정신을 차린 후 보험회사와 강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아반떼는 앞 범퍼가 완전히 박살이 난 상태였다. 바닥 곳곳에 아반떼의 파편이 널브러져 있었다. 교차로 한 복판에 난 사고는 여러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아저씨들이 하나 둘 모여 다마스 주인에게 말을 걸었고, 나는 벽에 기대 쭈그리고 앉아 누구의 얼굴도 쳐다보지 않았다.

   보험회사 직원은 한걸음에 달려와서 사고 사진을 사방에서 찍고는 각 차의 블랙박스 영상도 확보했다. 그러는 와중 강이 도착해서 나를 진정시키고 사건 현장을 살폈다. 사색이 된 나와는 달리 강은 차 상태를 보더니 엔진까지 고장 난 게 아니라며 안심을 시켰다. 보험회사 직원은 어딘가로 연락을 했고, 곧 견인차가 와서 아반떼의 뒷부분과 연결을 한 후 질질 끌고 사라졌다. 앞 범퍼 한쪽이 덜렁거리며 땅에 끌려서 테이프로 고정을 한 채 떠나는 차를 보니 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차가 단지 이동수단이 아니라 반려동물 비슷한 느낌, 마치 살아 있다고 생각했어서인지 내가 다친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차는 곧바로 보험회사와 연계된 1급 정비소로 인계되었다. 200만 원 정도의 수리비가 나온다고 했다. 그러나 강은 차 상태가 그 정도 견적은 나오지 않을 거라며, 본인과 친한 동생이 정비업을 한다고 전화를 해서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아반떼는 다시 그 동생이 아는 정비소로 인계되었고, 최종 수리비는 125만 원 정도 나오게 되었다. 자차 보험이 없었던 나는 수리비를 부담해야 했고, 반드시 자차보험에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고 직후, 오른쪽 무릎과 허리에 통증이 느껴져서 2주 정도 정형외과를 다니면서 물리치료를 받았다. 무사고의 기록은 이렇게 허무하게 깨져버렸고, 그 뒤로는 교차로에서 무조건 멈추고 좌우를 두 번 이상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이제 더 이상의 사고는 없기를. 정신 바짝 차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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