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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Oct 18. 2021

아이는 잘못이 없다.

나는 늘 사람들 눈에 무너진다.


아들이 축농증이 정말 장기간 계속된다.

소아과 같은 이비인후과,

대충 코보고 항생제로 때우는 그런 병원을 가다가

코로 물세척을 해주는 병원을 찾았다.


누군가는 물고문같다고 표현하는 

어른도 견디기 힘든 코세척.

우리아들, 힘겨워해도 참 잘 견디어줬다.


그럼에도 여전히 두려워한다.

당연하다.

두려워함이 당연하다.

하물며 잠오고 컨디션이 최상이 아닐때는 얼마나 더 두려울까.

아직 6살 아이다.

나는 이 아이에게 어른 이상의 인내심을 요한다.


유치원을 마치고 병원으로 향한다.

피곤할 때 유독 더 힘들어하기에

롯데리아에 들려서 좋아하는 아이스크림도 먹이고,

감자튀김도 먹이고 나름 기분을 맞추려 노력한다.


나 이런것도 너한테 해줬어.

그러니깐 너 진료 잘 받을 수 있지?

내 맘에 그런 맘이 있었나보다.


배불리 먹이고 

윤찬이에게 누차 묻는다.

'너 잘 할 수 있지?'

'할 수 있지?'


'응'

이라고 대답하는 내 아이를 믿는다.

든든하다.

어른도 하기 힘든걸 이겨내는 널 보니

참 내가 널 잘 키웠다 싶어.


그런데 막상 진료실에 들어가니 

상황이 역전된다.


싫단다.

싫다고 얼굴조차 보여주지 않는다.


당황스럽다.

내가 너한테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감자튀감도 사줬는데.

우리 약속도 했는데.

순간 배신감이 든다.


지금 생각하면 그 아이스크림이 뭐라고,

감자튀김이 뭐라고,

나는 또 나 홀로 한 그 약속에 매인다.


내가 그린 그림처럼 되지 않으니,

내 뜻때로 따라주지 않으니 나는 또 아이탓을 한다.


내가 얼마나 힘들게 이 병원에 왔는지 아냐며,

너 아이스크림 먹고, 감자튀김 먹으면서 

우리 약속하지 않았냐고.


말하기도 싫다.

밉다.

니가 정말 끝내주게 잘하고 나면 

숨쉬기가 얼마나 편한데.

사실 그 마음 한켠에는 잘하는 아들을 보며

뿌듯하고 싶은 내가 있었다.


아이의 욕구를 가장 최우선으로 아이를 키우고자 했지만,

어김없이 내 욕구와 충돌하면

나는 아이의 욕구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진료보는 그 상황에서 

하지 않겠다고, 무섭다고 말할 수 있는 

그 대단한 용기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진료 보러 들어왔는데

나를 난감하게 만드는 아이의 행동이 거슬릴 뿐이다.


분노를 참을 수 없어,

아이에게 계속 던진다.

집에 오는 내내 한숨을 쉬고 

자동차의 어느 한 공간을 주먹으로 내리치면서 

아이가 되어 '나 너 때문에 화났다'고 티를 낸다.

집에 도착하니 정신이 든다.


"윤찬아, 병원에서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 용기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몰라.

엄마가.. 진료 못보고 온게 너무 아쉬워서

그래서 화가 너무 많이 났어.

니 잘못이 아닌데, 너 겁쟁이라서 못한 것 처럼

니 탓해서 미안해.

니 잘못이 아니야.''


얼마나 나는 더 삽질을 해야 하나.

다른 사람의 눈에 무너진다.

특히 시간과 공간이 한정되어 있는 병원 같은 공간에서는

아이를 기다려주기가 너무 어렵다.


코가 막히고,

축농증에 항생제를 먹이는것은 어쩌면 모두 내 두려움이다.

그 어떤것도 상관없는데

두려움에 갇혀서 물세척을 하지 않는 아이가 너무 미웠다.

내 탓이 될까봐,

내 잘못이 될까봐.


죄책감의 늪에서 허우적 거린다.

죄책감이 내 아이를 잡는다.


두려워 말아라.

내가 통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일어나는 사건이고, 

나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저 나는 최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할 뿐이다.


나를 바라보자.

누구 때문에 정말 화가 난건지.

아이를 위해서인지, 아니면 나를 위해서 인지.


아이는 잘못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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