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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Oct 18. 2021

아이를 재우기 위해 내달렸던 시간들

내가 미워 나를 부여잡고 울었던 시간들


아이들과 밤에 외출하고

늦은시간이 되어 아이들을 차에서 재워본다.

골아떨어진 첫째와 달리

11시가 넘은 시간에도 말똥 말똥한 둘째.


둘째를 재우려 내 품에 안고 집으로 향한다.

아..

둘째 갓난쟁이 때가 생각난다.

ㅜㅜ

둘이 버거워 어떻게든 차에서 재워보려

우는 아이를 데리고 

30분 넘게 차 안에서 보냈던 시간들.


그러고는 돌아오는 차안에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음이 

비참하고 서러워

노래를 들으며 엉엉 울며 돌아왔던

그 날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도 그 때 그 시간은 

내게 참 아프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였다.

둘을 동시에 캐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나를 한 없이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잠'이라는 것은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그때만 해도 내게 아이를 재운다는 것은

우습게도 유능함의 지표였다.

아이를 편하게 재우지 못하는 내가,

그리고

편하게 잠들지 못하는 아이가 너무나 미웠다.


그냥 좀 자지..

제발 좀 자지...

왜 안자서 나를 이렇게 나쁜 엄마를 만들어..


자는 시간만 되면

아이를 원망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자기 싫은 아이의 욕구' 따위는 보이지가 않았다.

'왜 안잘까?'가 궁금하지 않았다.

나는 늘 아이가 '왜 안자는지' 궁금했다.


그저 나를 이 늦은시간까지 

힘들게 하는 아이가

미웠고 미웠고 미웠을 뿐이다.


오늘 돌아오는 차안에서

아이를 안고 재우는데

아이의 온기가 너무나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온기가 따뜻하게 느껴질수록

그 때의 차가웠던 내가 

더 또렷이 느껴진다.


아이의 마음과 눈빛이 들어오지 않았던 그 때.

오로지 아이를 재우고

이 고통스러운 육아의 시간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던 그 때.

둘을 케어 하지 못하는 그 무능감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던 그 때.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어서 

먹는거 자는거 입히는거 책 읽는거

심지어 젖먹이는거 시간조차 

아이들를 통제했던 그 때.

그 무엇으로라도 

나를 증명해보이고 싶었던...

그렇게 힘주고 살았던 내가 느껴진다.


돌도 안된 갓난아기를 안고 

차를 타고 돌고 돌고 돌았던 그 때,

나 참 많이 불안했구나..

나 참 많이 힘들었구나..

나 참 많이 두려웠구나..

내 불안이 너무 커서

아이를 제대로 바라 볼 수 조차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아가야 미안해.

그 때 우는 너를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해서.

안잔다고 원망만 해서 미안해.


둘째가 5살이 된 이제서야

아이를 통제하고 싶은 마음이 내려진다.

'엄마는 너를 재우고 싶지만,

니가 자지 않는다면 그냥 집에 가서 자자'라는

이 라이트한 감정이

이제서야 든다.


'잠'을 유능의 지표로 삼으며

'아이를 꼭 재우고야 말겠어'라고 

의지를 불태우던

그 때 그 시간들이 이제서야 흘러 지나간다.


재우기 위해 내달렸던 과거의 시간.

그 때 아이를 울렸던 

그 시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때의 나는 그것이 최선이였음을 안다.


내 품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아이를 보며

그 때의 그 시간들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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