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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혜주 Oct 20. 2023

[다정한 새벽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part10

나 그리고 너

조용하기도 하고 소란스럽기도 하며

혼자가 좋다가도 사람이 그립기도 하고

사랑을 원하면서도 사랑을 밀어내기도

미련하고 또 가끔은 이기적이다

나 아닌 당신도 그렇지 않을까


고유한 이름 앞뒤로 내가 아닌 것들을 덧붙이라고 한다. 누군가를 위해 나조차도 모르는 나를 마치 온전한

나인 척을 하라고 한다. 원하는 틀에 맞추어 나를 변형시키니 결국 모든 게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어지럽혀

지고 만다.


씁쓸하게도 모두가 다분하게 그렇게 산다. 그렇게 살아가도 아무렇지 않은 날이 있고, 그렇게 살

아가는 게 가슴 시린 날이 있다. 삶은 가볍지가 않고, 사람은 점점 무거워진다. 고유한 이름 세 글자는 갈 수

록 고유가치를 잃어가고, 그 이름 앞뒤를 설명하는 것들만이 늘어만 간다.


그래도 괜찮다.


그 깊고 어두운 사이를 지나 진정한 내 이름을 찾으러 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갈수록 멀어져 가

는 것 같지만 실은 무르익은 나의 이름을 찾아 떠나고 있다.


너와 나 우리 모두의 여정이 그렇다.


그러니 애써 애쓰지도 말고, 잘 살려고도 하지 말고, 행복하려고 하지도 말고, 최선을 다 하려고 하지도 말자.

그저 나라는 사람 존재 자체로 고유한 나 자신을 위해 하루하루 무르익는 이 여정에 몸을 맡기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이다. 충분히 가치 있는 당신이다. 우리 모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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