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이 모이고 모여 영원이 된다.
요즘 부쩍 순간에 대한 소중함을 온몸으로 느끼곤 한다. 아무도 없는 놀이터 벤치에 가만 앉아 가을 햇살을 받으며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아침 산책, 그 산책에 함께 동행해 주는 이름 모를 고양이와 함께 나누는 시간
그 시간을 좀 더 윤택하게 만들어줄 책까지.
처음엔 내 마음을 조금 더 잘 다스려 보기 위해
시작했던 일들이 하루, 이틀, 그리고 조금씩 쌓이니
어느새 그 찰나의 순간들이 나라는 사람이 다시금
힘을 내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순간순간이 모여 영원을 만든다는 말이 어쩌면 맞는 거 아닐까?
누군가 그랬다.
사랑은 크고 소란스럽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아침에 일어나 잘 잤냐는 안부를 묻는 것, 오늘 날씨가 어떤지 알려주는 것, 잠든 사람의 얼굴을 가만 바라보며 그저 잘 자기를 빌어주는 것, 자기 전 사랑한다고 꼭 한 번 안아주는 것.
이처럼 몇 초도 걸리지 않는 소소하지만 분명한 힘을 지닌 것들로 이 사람과의 미래가 그려지는 것.
그 일상이 우리의 미래를 건축하고, 힘든 시련을 버텨내게 한다고 말이다.
20대 초반에는 사랑이 옷과 같다고 생각했다.
더우면 벗을 수 있고, 추우면 입을 수 있는 20대 중반에는 사랑이 꼭 필요한가 의문이었다. 사랑 없이도 내 일과 내 미래를 그려나가야 하니까. 20대 후반이 되어선 사랑은 영원함을 꿈꿀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덥고, 춥고, 일도 하고 미래도 그려야 하고, 힘든 시련과 고난이 반복되는 이 세상에서 단 한 사람과 영원을 꿈꾸는 것.
그 영원을 함께 나눌 사람을 알아보는 일도, 그 영원을 함께 기약해 나가는 과정도 단 하나도 쉬운 게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랑은 현실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정도의 낭만은 지니고 살아야 하니까.
그 영원을 기약하며 지금 함께 하는 상대와 지니는 그 순간순간이 영원할 거란 마음으로 사랑하라.
아무리 밖에 날이 더워도 손은 꼭 잡고 걸을 수 있는
꼼짝하기 싫을 만큼 추운 겨울이라면 몸과 마음을 좀 더 가까이 서로를 끌어안을 수 있는 힘든 시련과 고난 앞에서 서로의 손을 더 꼭 붙잡을 수 있는 1분 1초가 모이고 모여 영원을 만든다는 마음 가짐으로
예쁘고 다정한 말들로 가득한 그런 사랑.
그런 사랑하는 사람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