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러브레터
아무리 펴보려 해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구겨진 마음이있다.
상처라 부를 수도, 트라우마라 부를 수도, 혹은 나의 결점 혹은 약점 그마저도 아니라면 그저 나의 고유한 성질같은 것 말이다.
가까워 지고 싶은 사람이 혹여나 내 구겨진 마음을 볼까봐서 애를 쓰고 웅크려 이렇게 저렇게 가려보아도
나는, 나만은, 어떻게서든 느껴지고 보여지는 나의 구겨진 마음이 불안해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순간은
외롭고 고독하고 슬프고 또 이런 감정 조차 다스릴 수 없는 내 자신이 한없이 한심하다가
또 어떨 땐 그 마음 하나 펴내지 못 하게 만든 세상이, 사람이, 무언가가 원망스럽다가도
결국은 지쳐 멍한 상태가 나를 정복하고 만다.
나 역시 그런 순간이 있었고, 있다.
상대는 절대 알아차릴 수 없어도 나만은 너무나 명확히 알고있는 내 구겨진 마음.
사랑을 하고, 또 사랑을 받고 그렇게 사랑을 알아가고 나 자신을 알아가며 가장 크게 깨달은 사실이 하나있다.
그 구겨진 마음이 결단코 반듯히 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구겨진 마음에 손을 얹고 그 마음을 끌어 안아주고 그 구겨짐 마저도 사랑으로 바라봐줄 수 있는 사람도 있다는 것.
그 사람이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지독하게 괴롭고 외로운 이 세상으로부터 또 한 번 살아가볼 원동력이 된다는 것.
살면서 이 세상에서 단 한 명 그 한 명 만큼은 세상 모두가 나를 등져도 이 사람 한 명만큼은
나를 보고 서서 늘 한결같은 눈빛과 마음으로 나를 끌어안아 줄 수도 있다는 사실 말이다.
나는 그런 사람을 마주한 이유 하나만으로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어있었다.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받아도 되는걸까 싶을 정도로 온 세상이 나를 밀어내고 온 세상 모든게 날 괴롭혀도
내가 안길 품이 있고, 내가 돌아갈 곳이 있고, 그런 나를 행복의 척도로 삼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날 사랑스러운 사람, 멋진 사람, 소중한 사람, 가치있는 사람,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사랑이 되게 해주었다.
잠이 들 때 마다 불안했다.
이 사람이 어느 순간 행여나라도 어떠한 일로라도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어떻게 살까.
100년 200년 꽉 채워 이 삶을 살아도 나보다 이 사람이 먼저 내 곁을 떠나가면 어떻게 해야할까.
문득 찾아오는 잠시 떨어져있는 찰나라도 그런 순간이 걱정돼 당장이라도 달려가 안기고 싶을 만큼
그런 불안을 또 안고 살게 하는 사람.
불안함이 가장 취약한 나 자신에게 그런 불안을 안겨주면서도 내 세상 전부인 사람.
그러니 괜찮다.
모든 건 다 지나간다. 모든 시간은 지금도 지나가고 있고, 남는 건 사람이니까.
괜찮아.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 그게 뭐든 어떤 구겨짐이든 어떤 거든 늘 말해준 것 처럼 변하지 않는건 우리 이 마음 밖에 없으니 그거면 됐다.
살아가라. 살아지니까.
사랑하니까. 당신은 혼자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