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능력의 함정

by 신성규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하는 것도 하나의 비극이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그것이 가장 잔인한 비극일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살아가며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며,

그 선택의 축적이 결국 한 사람의 생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나는 안다.

고민해야 할 큰 문제가 따로 있고,

정말 에너지를 쏟아야 할 지점은 삶의 구조를 바꾸는 핵심 결정들이라는 걸.

그런데 나의 뇌는 그 방향을 향하지 못하고,

지극히 작은 것, 미세한 것들에 붙잡힌다.

마치 회로가 거꾸로 연결된 기계처럼,

중요하지 않은 것일수록 더 많은 사고 자원을 소모한다.


무엇을 입을까, 어떤 단어를 쓸까, 이 말이 적절했을까, 이 감정이 타당한가.

끝없이 판단하고, 비교하고, 미세한 선택지를 검토하다 보면,

정작 진짜 결정해야 할 삶의 큰 문제들 — 관계, 직업, 방향, 용기 — 는 미뤄진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이건 회피일까? 아니면 너무 예민한 감각이 낳은 병리일까?


생각이 많은 사람일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생각의 방향 설정에는 서툴다.

그들은 생각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생각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 과잉은 곧 피로로 바뀌고,

피로는 무기력으로,

무기력은 다시 결정 미루기로 되돌아간다.


인생은 거대한 나무처럼 뻗어 있는 수많은 가지의 선택지로 이루어져 있다.

그 나무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단단한 기둥 하나를 세우는 일이다.

그런데 나는 나도 모르게 잎사귀만 들여다보고 있다.


이제 나는 연습하려 한다.

잎을 보되, 줄기를 잡고,

사소한 선택을 내려놓고, 중요한 결정을 더럽게라도 끌어안는 법을.

결정의 순간이란 결국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방향을 붙드는 용기이니까.

조금 더 둔해져야 하고, 조금 더 무심해야 하고,

조금은 덜 생각하면서,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생각이 많다고 해서 인생이 깊어지는 것이 아니다.

생각을 덜어야, 비로소 인생의 중심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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