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강박이 심할 때, 내 몸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했다.
한 달에 10킬로를 감량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음식을 철저히 거부했고, 수치와 목표는 완벽하게 나를 조종했다.
몸을 자르는 듯한 식욕의 유혹조차 이겨냈다. 아니, 이겨냈다기보다 감각을 꺼버렸다.
그 시절의 나는 무서울 정도로 정확했다.
나약함을 혐오했고, 타협을 증오했다.
그러니 성과는 따라왔다.
그것은 강인함이 아니라, 병든 통제력에서 나왔다.
정신이 고장났지만, 오히려 그 고장난 정신은 세상의 기준 안에서는 ‘훌륭한 의지’처럼 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병을 앓으며 가장 강해 보였다.
지금은 다르다.
불안의 수치는 낮아졌고, 강박의 강도도 무뎌졌다.
삶이 좀 더 온화해졌고, 나도 덜 극단적이 되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성과는 따라오지 않는다.
몸은 무거워졌고, 마음은 가볍지만 의지는 느슨하다.
이제 나는 알게 되었다.
인간은 때로 병들었기에 극단적으로 집중하고, 고통이 있었기에 완벽에 닿으려 한다.
건강한 상태에선 오히려 그러한 성취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건강함은 균형과 관용을 요구하는데,
성과는 때로 자기파괴와 금욕의 열광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생각한다.
정신병자들이 위대한 성과를 내는 것은 단순한 낭만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극단적 내면을 가진 자들만이 도달할 수 있는 어떤 지점이 존재하는 건 아닐까?
그러나 또 한편으론 묻는다.
그 성과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그렇게 해서 얻은 결과가 진정한 나의 삶을 의미했는가?
불안이 사라진 나는 느리지만 더 인간답다.
성취가 더뎌진 나는 이제서야 살아 있다는 감각을 되찾고 있다.
이제는 나를 조율하고, 나를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