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지나치게 안 본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지금 이 말이 불편할지 아닐지,
그런 걸 직감적으로 무시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나의 그런 태도를
부끄러워한다.
보통은 눈치를 너무 많이 보면 힘들다 한다.
나는 반대다.
눈치를 너무 안 보아서 괴롭다.
내가 한 말에 누군가 표정이 굳거나,
내가 의도치 않게 분위기를 깨뜨렸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을 때면,
‘왜 나는 이걸 감지하지 못했을까’
하며 자책한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질문은
“왜 나는 이걸 부끄러워해야 하지?”
하는 것이다.
나는 자연스러웠다.
위선도, 연기도 없었다.
그저 나 자신으로 반응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 ‘자연스러움’이
‘사회성 없음’이라는 이름으로 바뀔 때,
나는 나를 수치심으로 바라본다.
아마도, 내가 속한 사회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적절함’이라는
보이지 않는 기준을 씌워왔기 때문일 것이다.
적절하게 말하고,
적절하게 웃고,
적절하게 공감하고.
그 기준에 내가 닿지 못할 때마다
나는 불량품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정말 나는 잘못된 걸까?
눈치를 너무 잘 보는 사람들은
자신을 잃는다.
나는 그 반대편에 서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건 개인의 특성일 뿐이지,
도덕적 결함은 아니다.
나는 눈치를 보지 않음으로써
나답게 살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솔직했고, 진실했고, 위장하지 않았다.
문제는 세상이 그 진실함을
불편해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눈치를 안 본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건 둔감함이 아니라,
어쩌면 단단함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