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에 대한 두려움

by 신성규

나는 누군가와 동거를 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나를 아껴주었고,

함께하는 공간은 조용했고,

삶은 안정적이었다.

어쩌면 누군가에겐 그것이 완벽한 사랑의 조건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혼자 있을 때,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곤 했다.


“이게… 행복인가?”


나는 웃었고, 대화를 했고,

함께 잠들고, 함께 밥을 먹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행동이었다.

느낌은 사라져 있었다.


내 마음은 이상하게도 멍했고,

어떤 날은 잘 지내면서도,

어떤 날은 의미 없는 삶 속에 홀로 던져진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행복하지 않았던 게 아니다.

그보다는 행복을 느낄 수 없었던 상태였다.



나는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우울은 나를 끌고 갔고, 약은 나를 평탄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감정이란 것은

고통과 기쁨이 함께 숨 쉬는 생물이었다.

하나를 눌러버리면, 나머지도 함께 질식한다.

약은 나를 무너지지 않게 해주었지만,

동시에 나를 살아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감각도 빼앗았다.


그래서 나는,

슬프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나는 과연 이 사람을 사랑했는가?


아니면 아직 누군가를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걸까?


관계는 계속되었지만,

나는 가끔 한 사람을 떠올렸다.

완전히 잊지 못한 채로,

내 안에 죽지 않고 남아 있는 사랑의 잔재였다.


내 앞에 있는 다른 이 사람에게 죄책감이 들었고,

그러면서도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나는 지금 누구를 사랑하고 있는 거지?”

“나는 왜 아무 것도 느끼지 않는 거지?”

“혹시, 나는 사랑을 할 준비가 되지 않은 건 아니었을까?”


그 질문들은 관계를 먹고 들어갔다.

나는 같이 있으면서도, 혼자였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나는 너무나 미안했다.



그리고 문득,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이 사랑에 정착할 수 있을까?”


그 사람은 나에게 안정이었지만,

나는 어느 순간부터 구속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사랑이 끝이 되어도 괜찮을까?

다른 여자를 더는 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한 사람으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건 도망치고 싶어서가 아니라,

진심이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질문이었다.

나는 가볍게 사랑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깊은 회의와 싸워야 했다.


지금 돌아보면 나는

행복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느낄 수 없는 상태에 있었던 것이다.


사랑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사랑을 확신할 수 없을 만큼 무뎌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 감정은 어디에도 완전히 속해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쪽은 잊지 못한 과거였고,

한쪽은 억제된 현재였고,

나는 그 둘 사이의 회색지대에 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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