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지능, 고지능, 다중 사고자의 차이

by 신성규

사람들은 흔히 고전을 어려워한다. 눈이 아프다거나, 문장이 길다거나,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이상했다. 어렵다고 느끼기보다, 마치 숨겨진 구조물이 서서히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들의 말이 내겐 오히려 낯설었다. 나는 그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지 못해서’ 생기는 착시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사람들의 사고는 종종 초보 운전자와 닮아 있다.

앞차만 보고, 신호만 보고, 옆 차선을 볼 여유도 없다.

다른 차들이 왜 멈췄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 채 자기 차선만 달린다.


나는 차가 아니라 비행기였다. 도로 전체를 내려다본다.

차들이 어디서 밀리는지, 교차로 구조는 어떤지, 어떤 차가 유턴할지, 시야에 다 들어온다.

나는 이것이 다중 사고의 시작이라 생각했다. 단순히 ‘빠른’ 게 아니라, ‘넓게’ 보는 것.

이 시야를 가진 사람은, 구조를 먼저 보고 그다음에 내용을 이해한다. 그래서 고전은 재미있고, 철학은 오히려 쉬웠다.


세상엔 빠른 사람이 있다. 고지능자라 불리는 이들이다. 그들은 스포츠카 같다.

단거리에서 누구보다 빠르고, 반응이 뛰어나다. 이들은 수학을 빠르게 풀고, 전략을 빠르게 계산한다.

하지만 그들은 ‘도로 위’에 있다. 그들의 한계는, 넓게 보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


반면, 다중 사고자는 비행기다. 느릴 수도 있지만, 시야가 다르다.

그리고 더 위에 있는 사람은 제트기다. 빠르면서도 구조를 본다.

헬리콥터처럼 정밀하게 내려가 구조를 분해하고, 다시 고도 높여 통합할 수 있다.

이들은 고지능자와 다르다. 차원이 다른 지능이다.


나는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타고 사고하고 있는가?”

빠르게만 달리려는가? 아니면 멀리서 보고 있는가?

혹은, 둘을 오가며 생각의 고도를 조절할 수 있는가?


사고에는 탈것이 필요하다.

가끔은 걸어야 하고, 가끔은 날아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과 구조다.


나는 이제 안다.

사고의 목적은 ‘정답’이 아니라 ‘형태’다.

고전이 주는 가치는 결론이 아니라 사유의 운동법이고,

철학이 중요한 건 지식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의 훈련이다.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 탈것의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더 멀리, 더 깊이, 그리고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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