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질 자격

by 신성규

사랑은 생각이 아니다.

사랑은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느끼기 위해선, 생각을 멈출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오랫동안 사랑을 분석했다.

이 감정은 어디서 오는가,

그녀의 말은 진심인가,

내 마음은 착각이 아닌가.

나는 끝없이 해석했고, 조심했고, 비교하고 예측했다.


그러자 사랑은 오지 않았다.

사랑은 판단을 두려워하고, 해석을 피하며,

논리를 뚫고 들어오지 않는다.

사랑은 멍청한 마음을 원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멍청해진다.

평소엔 냉철했던 이도 허둥대고,

논리적인 이도 허무맹랑한 말을 믿고,

의심 많던 이도 ‘그냥 좋다’는 감정에 무너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멍청한 상태에서 사람은 가장 행복해 보인다.


나는 오래도록 의심했다.

정말 그런 멍청한 상태가 진짜인가?

환상은 결국 사라지는 게 아닌가?


하지만 이제는 안다.

멍청함은 없던 것이 아니라,

억제했던 감각이 돌아온 것이라는 걸.

그것은 퇴보가 아니라 회복이다.

삶을 통제하려는 이성의 손에서 잠시 벗어나

존재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는 상태다.


사랑은 사람을 멍청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멍청함은 불행이 아니라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유일한 상태일지도 모른다.


너무 똑똑하면 사랑을 놓치고,

너무 깨어 있으면 삶이 흐르지 않는다.

생각이 많으면 마음이 느려지고,

판단이 빠르면 감정이 도달하지 못한다.


가끔은 그래야 한다.

논리를 잠시 내려놓고,

의심을 잠시 덮고,

정답이 없는 감정에 휘말려야 한다.


그게 사랑이다.

사랑은 멍청함을 요구하고,

멍청함은 존재의 한가운데로 우리를 데려간다.


그곳엔 이유 없이 웃는 얼굴이 있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포옹이 있으며,

자기 자신을 잊은 채 누군가를 믿는 희미한 광기가 있다.


그리고

그 광기가

삶의 진짜 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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