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반사경이다

by 신성규

사랑은 언제나 타인을 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방향은 오해다.

사랑은 상대를 향해 뻗는 듯하지만,

결국 되돌아오는 자기애의 굴절된 궤도다.


우리는 상대의 눈에 비친 ‘나’를 본다.

그 눈빛이 나를 원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나는 존재의 가치를 느낀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한다.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해준 덕분에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됐다고.”


사랑은, 결국

상대를 통해 나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사랑받는 자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사랑하는 자는 타인의 존재 안에서 자신의 의미를 새긴다.


사랑이 반사경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왜 ‘되돌아오지 않는 사랑’에 고통을 느끼는지 설명해준다.


사랑은 일방적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일방적인 사랑은 통증이다.

왜냐하면,

사랑이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건

‘나’라는 존재가 타인의 세계에서 반사되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대의 마음속에 내가 없다는 사실,

그대의 눈동자에 나의 형상이 비치지 않는다는 사실,

그것이야말로 존재의 소외다.

그래서 사람들은 외친다.

“내가 널 얼마나 사랑했는데!”

하지만 그 말의 진짜 의미는 이것이다.

“나는 너를 통해 나를 사랑하고 싶었는데,

너는 나를 비춰주지 않았어.”


우리는 종종 착각한다.

내가 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하지만 그 사랑은 대체로

그 사람에게 비친 이상화된 나를 욕망하는 일이다.

그대가 나를 바라보는 방식,

그대가 나를 인정하는 방식,

그 모든 것이 나를 나답게 느끼게 해주는 순간—

그때 나는,

그대보다 내 안의 존재의 회복감에 더 취해 있다.


그래서 사랑이란,

타인을 사랑하는 척 하면서

사실은 자신을 되찾고자 하는 일이다.


진짜 사랑이란,

타인을 통해 나를 비추되,

그 타인 자체도 하나의 세계로 인정하는 것.

그가 나를 비추지 않아도

그를 사랑할 수 있을 때,

그때서야 사랑은 반사경의 굴레를 넘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사랑이 되돌아오지 않으면

거울 속에 자신의 형상이 사라진 것처럼

존재의 균열을 느낀다.


그래서 우리는 외로운 것이다.

사랑은 결국,

거울을 찾아 헤매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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