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별할 때 단지 사람을 잃는 게 아니다.
사랑이 떠나면, 함께 살아 있던 나도 사라진다.
그 사람의 눈 속에 비치던 나,
그의 말 속에서 유지되던 나,
그와 연결된 세계 안에서 의미를 가졌던 나.
그 모든 것이 무너진다.
사랑은 거울이다.
우리는 그 사람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비춘다.
그 사람이 나를 바라봐준다는 사실은,
내가 이 세계에서 의미 있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증명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사랑이 끝날 때,
우리는 타인의 상실이 아니라
존재의 반사면을 잃는다.
사랑이 멈추는 순간,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던 거울이 사라진다.
우리가 사랑에 실패했을 때
고통은 단지 외로움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깊다.
“나는 더 이상 누군가의 세계 안에서 의미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이 감각이 사람을 무너뜨린다.
그래서 누군가는 말한다.
“잊는 게 너무 어려워.”
그러나 진실은 이렇다.
그 사람을 잊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통해 유지되던 ‘나’를 잊는 게 어려운 것이다.
사랑은 자기애의 거대한 실험실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사랑 속에서
내 존재를 시험하고,
그 사랑이 지속될수록
나라는 존재도 확고해진다.
그런데 그 사랑이 끝나면,
그 실험은 실패가 된다.
그 실패는 단순한 거절이 아니라
존재의 구조물 붕괴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실연 뒤 삶의 이유를 잃는다.
왜냐하면 그는 그 사랑 안에서만
자기 자신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항상 타인의 시선을 빌려
나를 구성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진짜 회복은,
더 이상 타인의 시선을 필요로 하지 않고
스스로를 비출 수 있을 때 온다.
사랑이 끝났을 때에도
나의 존재가 무너지지 않으려면,
나는 언젠가
나 스스로의 거울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