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실패와 자기 상실

by 신성규

우리는 이별할 때 단지 사람을 잃는 게 아니다.

사랑이 떠나면, 함께 살아 있던 나도 사라진다.

그 사람의 눈 속에 비치던 나,

그의 말 속에서 유지되던 나,

그와 연결된 세계 안에서 의미를 가졌던 나.

그 모든 것이 무너진다.


사랑은 거울이다.

우리는 그 사람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비춘다.

그 사람이 나를 바라봐준다는 사실은,

내가 이 세계에서 의미 있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증명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사랑이 끝날 때,

우리는 타인의 상실이 아니라

존재의 반사면을 잃는다.

사랑이 멈추는 순간,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던 거울이 사라진다.


우리가 사랑에 실패했을 때

고통은 단지 외로움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깊다.

“나는 더 이상 누군가의 세계 안에서 의미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이 감각이 사람을 무너뜨린다.


그래서 누군가는 말한다.

“잊는 게 너무 어려워.”

그러나 진실은 이렇다.

그 사람을 잊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통해 유지되던 ‘나’를 잊는 게 어려운 것이다.


사랑은 자기애의 거대한 실험실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사랑 속에서

내 존재를 시험하고,

그 사랑이 지속될수록

나라는 존재도 확고해진다.


그런데 그 사랑이 끝나면,

그 실험은 실패가 된다.

그 실패는 단순한 거절이 아니라

존재의 구조물 붕괴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실연 뒤 삶의 이유를 잃는다.

왜냐하면 그는 그 사랑 안에서만

자기 자신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항상 타인의 시선을 빌려

나를 구성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진짜 회복은,

더 이상 타인의 시선을 필요로 하지 않고

스스로를 비출 수 있을 때 온다.


사랑이 끝났을 때에도

나의 존재가 무너지지 않으려면,

나는 언젠가

나 스스로의 거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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