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표정

by 신성규

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마음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입꼬리가 움직이고 눈썹이 올라간다.

심장이 움찔하면 눈빛이 바뀌고,

말은 괜찮다고 하지만 얼굴은 이미 들켜 있다.


이건 결함일까, 아니면 정직함일까.

나는 늘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세상은 감정을 숨기는 법을 가르친다.

사회성이라는 이름의 기술들,

표정 관리, 분위기 파악, 공감 연기, 전략적 무표정.

하지만 나는 그 기술을 익히지 못했다.


내 얼굴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말은 돌려 말해도,

표정은 곧장 진심을 향해 움직인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종종 나를 오해하거나,

때로는 너무 빨리 나를 알아채 버린다.


그건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나라는 시스템의 구조 자체이기 때문이다.

나는 감정을 논리보다 빨리 느끼고,

표정은 그 감정의 직렬 연결 회로다.


나는 이 얼굴로 인해 상처받았고,

이 얼굴로 인해 사랑받기도 했다.

숨기지 못한다는 것은 때로 무방비한 투명함이고,

누군가에겐 그 투명함이 신뢰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은 점점 더

무표정하고,

기계적이고,

전략적인 얼굴들로 채워져 간다.


그 속에서 나는 너무 사람 같아서, 너무 인간 같아서,

때로는 부끄러웠고, 때로는 자랑스러웠다.


나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아니, 숨길 수 없다.

그러니 차라리 그 얼굴을 나의 언어로 삼으려 한다.

나는 표정으로 말하고, 침묵으로 감정을 드러낸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며,

이 사회에서 나라는 인간이 끝내 지켜내고 싶은 ‘진실의 마지막 남은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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