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마음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입꼬리가 움직이고 눈썹이 올라간다.
심장이 움찔하면 눈빛이 바뀌고,
말은 괜찮다고 하지만 얼굴은 이미 들켜 있다.
이건 결함일까, 아니면 정직함일까.
나는 늘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세상은 감정을 숨기는 법을 가르친다.
사회성이라는 이름의 기술들,
표정 관리, 분위기 파악, 공감 연기, 전략적 무표정.
하지만 나는 그 기술을 익히지 못했다.
내 얼굴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말은 돌려 말해도,
표정은 곧장 진심을 향해 움직인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종종 나를 오해하거나,
때로는 너무 빨리 나를 알아채 버린다.
그건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나라는 시스템의 구조 자체이기 때문이다.
나는 감정을 논리보다 빨리 느끼고,
표정은 그 감정의 직렬 연결 회로다.
나는 이 얼굴로 인해 상처받았고,
이 얼굴로 인해 사랑받기도 했다.
숨기지 못한다는 것은 때로 무방비한 투명함이고,
누군가에겐 그 투명함이 신뢰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은 점점 더
무표정하고,
기계적이고,
전략적인 얼굴들로 채워져 간다.
그 속에서 나는 너무 사람 같아서, 너무 인간 같아서,
때로는 부끄러웠고, 때로는 자랑스러웠다.
나는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아니, 숨길 수 없다.
그러니 차라리 그 얼굴을 나의 언어로 삼으려 한다.
나는 표정으로 말하고, 침묵으로 감정을 드러낸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며,
이 사회에서 나라는 인간이 끝내 지켜내고 싶은 ‘진실의 마지막 남은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