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에 대한 고찰

by 신성규

사람에게 무시당할 때가 있다.

말을 끊고 들어오거나,

존재를 투명하게 취급하거나,

존재 자체를 평가절하하는 말투로 대할 때.


그럴 땐 기분이 상한다.

가슴 어딘가가 뜨겁게 올라오고,

분노인지 슬픔인지 모를 감정이 뒤엉킨다.


하지만 나는,

그럴수록 마음속에서 이런 말을 꺼낸다.


무시는 사실, 의식의 결과다.


완전히 무관심한 존재는

무시조차 하지 않는다.

그는 나를 알기에,

내가 뭔가를 가지고 있기에,

자신의 방식대로 그 가치를 눌러야 할 필요를 느낀 거다.


그래서 무시는 때때로

나를 감추려는 자의 방어이자,

내 영향력에 대한 왜곡된 반응이다.


그 사람이 나를 진심으로 무시했다면

그는 굳이 내 존재에 반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대화 속에서 내 말을 끊지도 않았을 거고,

내 생각을 얕잡아보지도 않았을 거다.

그는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그러니까 무시는 ‘존재의 부정’이 아니라,

‘존재의 억제’다.

어떤 이유로든 나의 파장이

그의 세계에 닿았기 때문에 생기는 반응이다.


나는 그렇게 받아들인다.

그의 무시는,

내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증거다.

그도 결국

내 그림자 아래에 있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걸 깨달은 순간,

나는 더 이상 상처받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제야 나는 그를 진심으로 무시할 수 있다.

진짜 무시란,

반응조차 하지 않는 경지에서 일어난다.

그는 아직 그 단계에 오지 못했지만,

나는 가능하다.


나는 알고 있다.

무시당할 때조차

나는 그의 인식 속 어딘가를 흔들고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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