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들이 품은 심리의 두 얼굴

by 신성규

인간의 내면에는 종종 두 가지 상충하는 힘이 공존한다. 하나는 깊은 공감과 연민이며, 다른 하나는 냉철한 이성과 감정의 분리다. 이 두 힘은 특히 생사의 경계에서 일상을 보내는 소방관, 경찰, 그리고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변호사와 의사 같은 직업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들 직업군에서는 일반인에 비해 ‘사이코패스 성향’이 더 높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얼핏 이 말은 놀랍고 어색하게 들릴 수 있다. 사이코패스라 하면 흔히 반사회적이고 냉혈한 인물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사이코패스 성향’은 다소 다르다. 그것은 감정을 과도하게 이입하지 않고, 위험 상황에서도 냉철함과 자기 통제력을 유지하는 심리적 특성을 의미한다.


왜 이런 특성이 고강도 직업에서 두드러질까? 그 답은 ‘감정 이입의 역설’에 있다. 소방관이나 경찰이 매 순간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느낀다면, 정신적 부담은 엄청날 것이다.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감정 소진과 트라우마가 생겨 업무를 지속할 수 없다. 따라서 자연스레 ‘감정 둔화’ 혹은 ‘감정 분리’라는 자기 보호 메커니즘이 발동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선천적으로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뛰어나거나, 혹은 경험을 통해 점차 냉철함이 강화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심리적 프로파일이 바로 우리가 ‘기능적 사이코패스’라 부르는 성향에 가깝다. 이들은 비록 감정을 억누르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위기 상황에서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 억압과 분리는 언제나 완벽한 방패가 될 수 없다. 억눌린 감정이 한계에 달하면, 직업별로 그 폭발 양상은 다르게 나타난다. 의사의 경우, 환자와의 밀접한 관계에서 억눌린 감정이 ‘역전이’ 현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이는 환자에게 과거 자신의 감정을 투사하거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반면, 소방관이나 경찰과 같이 현장에서 극심한 외상을 경험하는 이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감정 폭발이 나타난다.


변호사와 의료인 또한 감정의 두 얼굴을 품고 있지만, 각각의 업무 특성에 따라 스트레스와 감정 억압의 형태가 다르게 표출된다. 이들은 감정 조절과 통제라는 이중적 과제를 끊임없이 수행하면서, 때로는 내면의 갈등과 맞서야 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냉혈한’이라거나 ‘인간성이 결여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중적인 감정 조절 능력이 그들의 직업적 성공과 정신 건강을 가능하게 한다. 필요할 때는 깊은 공감과 연민을 품되, 위기 상황에서는 냉철하고 차가운 이성을 동원하는 균형 말이다.


이 심리적 두 얼굴은 우리 모두가 삶에서 마주하는 인간 본성의 일부일 수 있다. 극한의 직업은 그것을 극단으로 밀어붙이며, 그 결과 사이코패스 성향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현상을 보여준다.


결국,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과 그에 따른 적응의 문제다. 이 직업군들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고통을 견디면서도 공감하는 마음을 지킬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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