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가 가벼워진 시대

by 신성규

언젠가부터 흘러나오는 노래의 가사를 들을 때, 나는 어쩐지 부끄러움을 느낀다. 단어들은 단순하고, 의미는 얕으며, 문장은 끝없이 반복된다. 마치 가사는 노래의 살이 아니라, 단순한 장식처럼 붙어 있는 듯하다. 작사가들이 모두 재능을 잃었을 리 없다. 그러나 분명, 그들이 만들어내는 문장들은 점점 바보 같아지고 있다.


이 변화의 이유는 단순하다. 음악이 변했기 때문이다. 한때 노래는 이야기였고, 가사는 그 이야기의 심장이었다. 문장 하나에 은유를 심고, 구절마다 청자의 마음을 붙잡으려 애썼다. 그러나 지금 음악은 이야기보다 순간의 자극을 판다. 몇 초 안에 귀를 사로잡아야 하는 시대, 가사는 깊이 대신 즉각적인 중독성을 선택한다. 복잡한 감정을 해부하는 대신, ‘사랑해, 그리워, 떠나지 마’와 같은 간단한 어휘로 마음의 표면만을 두드린다.


그 변화의 배경에는 플랫폼이 있다. 사람들은 이제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지 않는다. 15초의 영상 속에서 후렴 한 줄만 반복된다. 멜로디가 가사를 압도하고, 비트가 이야기를 삼킨다. 작사가는 철학자가 아니라, 광고 카피라이터처럼 짧고 빠른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시장이 원하는 건 깊이가 아니라, 즉각적인 반응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시대에 진지한 가사가 사라진 건 아니다. 다만, 그런 노래는 더 이상 메인스트림에 오르기 어렵다. 대중은 시간을 들여 한 곡의 의미를 해석하는 대신, 스킵 버튼을 누르고 다음 곡으로 넘어간다. 깊이를 감당할 인내가 줄어든 시대, 가사는 그만큼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늘의 가사가 바보 같게 들리는 건, 작사가들이 바보라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시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영리한 생존자들이다. 문제는 우리가 음악에서 무엇을 원하는가에 있다. 우리가 여전히 이야기와 진심을 원한다면, 언젠가 다시 가사가 노래의 심장을 되찾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까지, 우리의 귀는 아마도 조금 더 가벼운 문장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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